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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포커스]'실력파 영건들'의 등장, KBO마운드 세대교체 본격화

[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영건'들이 벌이는 투수전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지난 2일 잠실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4차전은 입단 1,2년차 선발투수간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올해 신인 LG 이민호(19)와 2년차 삼성 원태인(20)의 리턴매치였다. 두 투수 모두 7이닝을 던지며 명품 투수전을 선사했다. '관중이 꽉 들어찼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지난달 21일 대구에서 만났을 때는 이민호가 이겼고, 이번에는 무실점 호투를 펼친 원태인이 판정승을 거뒀다.

젊은 투수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작용한다. 원태인은 경기 후 "민호도 정말 잘 던졌다. 1회 안 좋았지만, 7회까지 끌고가 나도 자극을 받았다. 오늘은 지기 싫어 준비를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원태인은 세 번째 맞대결을 기다리냐는 질문에 "이제는 그만 붙고 싶다"며 손사래를 쳤다. 물론 이런 경쟁 스트레스는 영건들이 성장하는데 더없이 좋은 자양분이 된다.

2020년 KBO리그가 실력파 영건의 탄생을 대거 알리며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감독, 구단 관계자들은 "우리 팀을 10년 이상 이끌 재목"이라며 저마다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뒤를 이을 젊은 에이스를 기다렸던 KBO 마운드가 이들의 등장으로 활력 넘치는 모습이다. 20대 초중반의 토종 선발들이 내로라하는 외인투수들과 각 부문서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선두주자는 NC 다이노스 좌완 구창모(23)다. 구창모는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0.51, 38탈삼진을 올리며 주요 3개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KBO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한 그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안정된 제구력, 과감한 경기운영 등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조건들을 일정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구창모는 사실 2016년 1군에 데뷔한 뒤 꾸준히 선발 수업을 쌓아온 준비된 에이스다.

구창모의 경쟁 상대로 떠오른 영건이 바로 원태인이다. 최고 140㎞대 후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앞세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그는 평균자책점 2.45를 마크, 이 부문 3위로 뛰어올랐다. 원태인은 지난해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해 20경기에서 이미 선발 경험을 쌓았다. 입단 2년 만에 팀의 에이스 자리를 다투는 위치까지 성장한 것이다. 원태인은 올해 달라진 점에 대해 "이닝을 길게 던질 수 있는 건 적극적인 승부 덕분이다. 작년에는 맞혀잡는 투구를 하면서도 결정구가 없었는데, 올해는 초구부터 카운트를 잡거나 볼카운트가 불리해도 피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의 팀 선배인 좌완 최채흥(25)도 빼놓을 수 없다. 올시즌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중이다. 2018년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지난해 15경기에 선발로 나가 감을 잡아놓은 상태. 올시즌에는 더욱 안정적인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140㎞대 초중반의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모든 구종을 철저한 코너워크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지난달 31일 NC전서 4이닝 9안타 7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당했지만, 오히려 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 자이언츠 2년차 사이드암스로 서준원(20)도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23을 올리며 로테이션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고 150㎞에 이르는 직구를 앞세워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이민우(27)도 주목할 만한 재목이다. 2015년 경성대를 졸업 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민우는 지난해까지 주로 불펜투수 활약하다 올해 붙박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3.23을 마크중이다.

올해 입단한 루키 중에서는 이민호 말고도 KT 위즈 소형준(19)이 주목받는다. 소형준은 최근 실점율이 높아졌지만, 이강철 감독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침착한 성격, 포심과 투심을 섞는 다양한 볼배합이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쓸 만한 영건들이 KBO 마운드의 주류 세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 해외진출 붐이 꺾인데다 구단마다 철저한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정착시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