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핫포커스]타격 침체-5할 붕괴, 그래도 롯데의 시계는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강렬했던 출발의 추억이 채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를 두고 곳곳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초반 5연승 이후 5번의 3연전 중 위닝시리즈는 고작 한 번 뿐. 3연패도 두 차례 기록하면서 초반에 쌓아 놓은 승리를 갉아먹고 있다.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4로 패하면서 10승11패, 5할 승률도 무너졌다.

극심한 타격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득점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23일(사직 키움전, 4대12패) 이후 45이닝에서 롯데가 얻은 득점은 7점. 이 기간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1할5푼6리로 키움 히어로즈(1할9푼1리), 한화 이글스(1할7푼1리)와 함께 1할대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키움과 한화는 선발 투수 상대 타율이 각각 2할6리, 1할7푼6리로 롯데(2할1푼)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불펜 상대 타율은 키움이 3할1푼8리, 한화가 3할2푼8리로 롯데(2할3푼3리)보다 크게 앞섰다. 같은 기간 팀 타율 꼴찌였던 두산(2할4리)은 득점권 타율이 2할5푼9리였다.

초반 5연승 당시 롯데 팀 타율은 2할9푼5리, 득점권 타율은 3할1푼이었다. 선발 투수 상대 타율은 2할6푼1리에 불과했지만, 불펜 상대 타율은 3할5푼4리에 달했다. 이랬던 롯데의 방망이는 왜 얼어 붙은 걸까.

여러 가지 침체 원인이 분석되고 있다. 이 중 팀간 연습경기 당시 타격 페이스를 떠올려 볼 만하다. 롯데는 팀간 연습경기에서 5승1패로 1위를 차지했다. 6경기서 46점을 뽑아냈고, 팀 타율도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을 넘기는 등 뜨거운 방망이를 뽐냈다. 반면 연습경기 때 타격 면에서 썩 좋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던 NC 다이노스, KT 위즈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화력이 강해지고 있다. 롯데가 연습경기서 일찌감치 끌어올린 페이스가 정규시즌 초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팀보다 일찍 타격페이스가 침체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초반 5연승을 지켜본 타 팀의 집중분석과 견제가 정점을 찍은 롯데 타격 페이스 하락을 부추긴 면도 있다.

최근 부진을 두고 허문회 감독이 타순 뿐만 아니라 엔트리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급격히 줄어든 방망이의 힘을 방치했다간 회복 불능의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믿고 기다려야 할 시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막전 당시 30경기 동안 선수들을 지켜보겠다던 다짐을 지키는 모양새다. 그는 "시즌은 길고, 타격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라며 곧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롯데의 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안정감을 찾은 수비와 필승조 구축에 이어 선발진도 아드리안 샘슨 합류를 계기로 제자리를 찾았다. 타격에선 개막전부터 줄곧 출전 중인 내야수 한동희의 타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14경기서 19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포수 김준태도 최근 두 경기서 3안타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만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쉽진 않지만, 허 감독이 자신이 정한 틀에서 과제를 풀어가는 작업은 수긍할 부분이 있다.

어디까지나 시즌 돌입 전 구상했던 것을 실천하는 단계이고, 평가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롯데가 본격적인 변화에 돌입하는 시기는 허 감독이 공언한 30경기 이후가 될 것이다. 그 이후에 나오는 결과물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전반적인 평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