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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히어로]고졸 신예 허윤동 5이닝 쾌투+첫승, 선발 줄부상 신음 삼성 구했다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4~5이닝 정도 끌어줬으면 좋겠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이날 선발 예고한 허윤동(19)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경기는 허윤동의 프로 데뷔전이었다. 유신고 시절 소형준(19·KT 위즈)과 함께 원투펀치로 청룡기,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일궜던 허윤동은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돼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뛰어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은 청소년 대표 시절에도 인정 받았던 부분.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선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허 감독이 2~3선발로 구상했던 벤 라이블리, 백정현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퓨처스(2군)리그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 중이던 허윤동이 대체 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2군에서 피안타율 1할9푼, 14개의 탈삼진 등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반으로 나뉜 게 사실. 허 감독 역시 "신인이지만 (4~5이닝을 끌어 갈) 능력이 충분한 선수다. 압박감만 해소된다면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선발 로테이션 안착 여부를 두고는 "당장 된다, 안된다를 말하긴 이른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신인에겐 역시 부담스런 무대였을까. 허윤동은 1회말부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1회말 선두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뒤 볼넷을 내줬다. 이대호와의 2S 승부에선 폴대를 살짝 넘기며 홈런 판정을 받았던 타구가 비디오판독으로 파울로 정정되며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상황에 놓였다. 야수 도움 속에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2회에도 2루타, 볼넷 2개로 다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허윤동은 전준우, 손아섭을 연속 범타 처리하는 '강심장'을 과시하며 또다시 무실점 이닝을 만들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 속에 안정을 찾은 허윤동은 5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버틴 뒤 교체됐다. 5이닝 4안타 4볼넷(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직구 최고 구속은 139㎞에 불과했지만, 묵직한 구위와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리드 속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들과 맞섰다. 고교 무대를 평정한 뒤 소형준과 함께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쾌투였다. 고졸 신예를 앞세워 위기 탈출을 도모했던 허 감독의 믿음에도 완벽하게 부응했다.

팀이 2-0으로 리드하던 6회말 시작과 함께 교체됐던 허윤동은 불펜 활약 속에 팀이 3대1로 승리, 데뷔전에서 프로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허윤동을 위한 밤이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