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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 출장 대기록 앞둔 김영광 '포기하지 않으니 여기까지 왔다'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포기하지 않으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뭇 사람들의 기억에서 잠시 잊히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주목하든, 그렇지 않든. 그는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자신의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며 그라운드에 나섰다. 스스로 운동을 외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결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K리그 통산 5번째 500경기 출전'. 골키퍼로서는 김병지(706경기) 최은성(532경기)에 이은 역대 세 번째이자, 현역 선수로서는 이동국(539경기) 다음으로 대기록을 눈 앞에 둔 그 선수. 바로 올 시즌 성남FC의 골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김영광(37)이다.

현재 김영광은 498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성남이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와 1실점을 기록했다. 이제 2경기만 더 나오면 대망의 '500 경기 출전' 고지에 오른다. 주전 키퍼라 이변이 없는 한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5라운드 대구와의 홈경기 때 기록을 세울 듯 하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좀 더 일찍 세웠을 기록이다. 대기록을 현장에서 축하해 줄 관중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

하지만 김영광은 그런 아쉬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대기록 달성을 목전에 둔 김영광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겸손하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겨내고 겪어야 할 상황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된 것 같다"며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김영광은 한때 촉망받는 국가대표 골키퍼였다. 막 20대에 접어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차세대 국대 수문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2006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점차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프로 커리어는 꾸준히 이어나갔다. 2007년에 무려 22억원의 이적료에 전남 드래곤즈에서 울산 현대로 이적한 김영광은 이후 경남FC와 서울 이랜드를 거쳐 올해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경남 임대 시절 이후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듬해 옮겨간 이랜드가 K리그2에만 머물렀기 때문. 이로 인해 김영광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김영광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2부에 있다 보니까 팬분들이 잘 모르셨던 것 같은데, 열심히 뛰고 있었다(웃음)"면서 "2부에 있으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슛을 막는 입장이다 보니 우리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많아지면 고생도 하고, 그만큼 공부도 됐다. 그런 것들을 겪으며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겠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성남과 계약하며 오랜만에 1부 리그에 돌아온 김영광은 "성남에 늦게 합류했는데, 와보니 팀 분위기가 매우 좋고 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그러다보니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더라. 다행히 김남일 감독님과는 내가 신인일 때 전남에서 한솥밥을 먹은 기억이 있어서 적응하기 편했다"며 올 시즌 선전의 원동력을 밝혔다.

이제 김영광의 목표는 출전 경기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원래 축구를 하면서 출전 경기수에 대한 목표같은 건 없었다. 대신 마음속으로 다짐한 두 가지 신념은 꼭 지키고 싶다. 하나는 '끝까지 후회 없이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이다. 장갑을 언제 벗게 될 지 모르지만 그날까지는 이 두가지만 생각하고 뛰겠다"고 자신의 남은 목표를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