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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포커스]두산, '약속의 땅' 라팍 파죽의 11연승...흐름 탄 순조로운 역전 공식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흐름을 놓치는 팀은 지고, 흐름을 올라타는 팀은 이긴다.

이 평범한 명제가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두산전을 지배했다.

기선은 홈팀 삼성이 잡았다. 1,2회 각각 1점씩 먼저 2득점 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1,2회 크게 흔들린 두산 선발 이용찬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지만 눕히지는 못했다.

2회까지 3안타 1볼넷 씩을 집중시키면서도 이닝 당 1득점씩에 그쳤다. 2이닝 연속 1사 만루의 후속 찬스를 무산시켰다. 실점한 건 두산인데 정작 찜찜한 건 삼성이었다.

몰아붙일 수 있을 때 충분히 몰아붙이지 못한 화근. 결국 두산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초반 대량득점이 필요했다. 선발 라이블리가 경기 전 갑작스러운 왼쪽 옆구리 불편감으로 1타자 만에 조기 강판된 상황. 불펜진이 졸지에 떠안은 8⅔이닝은 가혹할 정도로 긴 여정이었다.

이용찬이 흔들린 초반,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 불펜의 부담을 줄여줬어야 했다.

게다가 두산 타자들에게 라이온즈파크는 약속의 땅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은 2018년 6월23일 이후 10연승 행진중이었다. 지난해 라팍에서 팀 타율 0.311. 8홈런. 6경기 48득점. 이를 바탕으로 두산은 삼성에 13승3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지난 4년 간 두산은 라팍 30경기에서 팀 타율 0.331, 63홈런, 254득점을 기록중이었다. 경기 당 평균 8.5득점. 모든 공격 지표가 원정팀 중 최고다. 타자들의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넓은 잠실에서 작은 구장으로 왔을 때 타자들의 심리적 편안함도 있을 것"이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여러 불안 요소들 속에서도 경기 초반 삼성은 충분히 달아나지 못했다.

불길한 느낌은 어김 없이 현실이 됐다. 두산은 3회부터 순조롭게 흐름을 타며 삼성의 원 찬스에서 바로 삼성의 덜미를 잡았다.

어렵게 점수를 내는 삼성과 달리 라팍에서 두산의 득점 과정은 무척 수월해 보였다.

강한 집중력으로 모든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3회 연속안타와 사구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페르난데스의 동점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오재원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에는 안타와 볼넷에 이어 정수빈의 희생번트를 투수가 공을 더듬는 실책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장지훈이 흔들리는 틈을 두산은 놓치지 않았다. 류지혁의 적시타와 박건우의 밀어내기 볼넷, 페르난데스의 희생플라이가 전광석화 처럼 이어졌다. 순식간에 6-2가 됐다. 두산은 계속 흔들리는 장지훈을 상대로 5회 2점을 추가하며 8-2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1,2회 활발하던 삼성 타선은 역전을 허용 하면서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용찬의 공을 급하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2회까지 53구를 던지며 고전했던 이용찬이 3회를 9구, 4회를 10구 만에 마칠 수 있었다. 벼랑 끝까지 몰렸다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5회 이학주에게 투런포를 허용했지만 라팍에서 신바람을 낸 두산 타선은 이미 넉넉한 지원을 했다.

결국 두산은 막판 쐐기점수까지 보태며 장단 15안타 세례 속에 12대7 대승을 거뒀다. 삼성 타선도 모처럼 12안타를 터뜨리며 맞불을 놨지만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약속의 땅' 라팍에서 예외 없이 불타 올랐던 두산 타선. 5⅔이닝 동안 10안타 4실점으로 힘겨웠던 이용찬에게 올 시즌 터닝포인트가 될 기분 좋은 첫 승까지 선사했다.

흐름을 지배한 두산의 승리였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