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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97년생들, '22세 의무출전' 사라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1년 연기된 2020년 도쿄올림픽, 이 중 23세 이하(U-23) 선수로 제한한 남자 축구 엔트리가 결국 1997년생 출전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며 분투한 1997년생들이 2021년엔 24세가 돼 출전자격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차례로 '1997년 출전 가능'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IOC의 키트 맥코넬 경기국장이 "IOC는 출전선수 1만1000명 중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57%의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후 "대회 명칭을 2020 도쿄올림픽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만큼 이에 준해 남자축구의 경우 만 23세, 1997년생 선수의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데 이어, FIFA 역시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도쿄올림픽의 원래 출전 자격이었던 1997년 1월1일 이후 태어난 선수와 3명의 추가 선수를 유지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김학범호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학범호의 핵심 전력은 1997년생이었다. MVP 원두재를 비롯해 이동경(이상 울산) 이동준(부산) 송범근(전북) 정승원(대구) 해외파 백승호(다름슈타트) 등 11명에 달한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전력과 팀워크를 굳건히 다져왔고, 다채로운 올림픽 전략을 구상해왔다. 핵심 자원들의 출전이 가능해지며, 올림픽 준비도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이제부터는 1997년생, 개인의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AFC U-23 챔피언십 당시 김학범호는 '에이스 부재'라는 약점이 있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그 배경에는 프로축구연맹이 야심차게 실시한 22세 이하 의무 출전룰이 있었다. 이 룰의 존재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최소 한 자리는 보장 받은 셈이었다. 김학범호의 젊은 호랑이들은 과거 '무늬만 프로'에서 벗어나, 경기를 소화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어린 나이에도 100경기 가까이 소화한 이들은 탁월한 경기 운영으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을 든든히 감싸던 울타리였던 '22세 이하'는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말그대로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베스트11에 들기 위한 진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물론 이미 프로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선수들이지만, 성인끼리 경쟁을 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금 부족하지만 나이로 커버했던 이점이 사라진다. 이제부터는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선수가 늘어날 경우, 김학범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과거 올림픽대표팀은 선수들의 실전 부족에 따른 경기 감각 부재로 고생했다. 오죽하면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했던 모든 감독들이 "어떻게서든 경기를 뛰어라"는 말을 반복했을까. 적어도 이 고민에서 자유로웠던 김학범호는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해, 과거 대표팀이 했던 같은 고민에 놓일 수 있게 됐다. 최고의 재능으로 바이에른 뮌헨까지 진출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U-23 챔피언십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2)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숨은 돌렸지만, 이제부터는 더 큰 고민과 전쟁을 앞둔 1997년생이다. 앞으로 향방은 전적으로 이들의 준비와 노력에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