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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대학 때까지 '포수'였던 KIA 이민우, 6년 만에 1차 지명 '포텐' 터진다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시작은 외야수였다. 그러나 야구부가 있는 순천 북초등학교로 전학한 뒤 5학년 때부터 야구부 내에 포수가 없어 포수 마스크를 꼈다. 이후 그렇게 부산 경성대 1학년 때까지 쭉 포수로 뛰었다. 사실 KIA 타이거즈의 우완투수 이민우(27)는 자신이 포수보다 투수에 적합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순천 효천고 시절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민우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다. 투수로 전향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에 참 많이 던졌다. 2학년 때만 14경기에 등판, 71⅓이닝을 소화하며 12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2013년에는 19경기에 등판, 128⅓이닝 동안 무려 20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며 팀 내 에이스는 물론 대학 최고 우완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수로 전향한지 2년 만이었다. 권 그룹장은 "이민우가 대단한 건 포지션을 변경한 지 2년 만에 엄청난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무리한 탓일까.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당시 이민우를 눈여겨보고 있던 권윤민 KIA 스카우트 그룹장은 구단에 "이민우를 뽑으면 수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고. 그래도 KIA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민우는 2015년 계약금 2억4000만원을 받고 KIA에 1차 지명됐다.

남들보다 몇 발 늦었다. 그러나 혹독한 시간을 견디자 환희가 찾아왔다. 다만 예상대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입단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회복과 재활기간 동안 군복무를 마쳤다. 그가 프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7년이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진출한 동기들보다 7년이나 늦은 시점이었다.

본격적으로 KIA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건 2018년이었다. 불펜자원으로 30경기에 등판, 37⅔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3패 4홀드를 기록했다. 다만 평균자책점이 7.17로 높았다. 지난해에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나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32경기에 등판, 61⅓이닝에서 2승6패 1세이브 2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5.43.

2020년, 이민우의 보직이 바뀐다. 불펜이 아닌 선발이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맷 윌리엄스 감독과 서재응 투수 코치에게 남겼다. 이민우는 6년 만에 드래프트 1차 지명 포텐을 터뜨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1일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선발등판, 4이닝 동안 14타자를 상대해 52개의 공을 뿌려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캠프를 마친 뒤 귀국해 가진 첫 등판이었던 지난 20일 홍백전에서도 4이닝 1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민우와 함께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부터 KIA가 뽑은 1차 지명 선수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명진(투수·2014년)-이민우(투수·2015년)-김현준(투수·2016년)-유승철(투수·2017년)-한준수(포수·2018년)-김기훈(투수·2019년) 순인데 차명진과 김현준도 꾸준하게 선발 자원으로 관리될 예정이다.

늦게피는 꽃이 아름답다 했다. '만추가경' 이민우가 화려한 기지개를 준비 중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