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기약없는 개막, 컨디션 유지만큼이나 중요해진 '스트레스 관리'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보다 괴로운 것은 없다.

코로나19로 전격 연기된 K리그 개막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파른 확진세가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개막을 4월20일 이후로 미루며, K리그의 개막도 당초 염두에 뒀던 4월 초 카드는 물건너 간 분위기다.

많은 팬들이 K리그의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역시 가장 절실한 쪽은 선수단이다. 개막 날짜만을 바라보고 겨울을 보냈던 선수단은 예상치 못한 개막 연기에 힘이 빠졌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선수단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고 훈련 강도를 높여 다시 인위적으로 집중력을 올리려니 부상 염려 등이 따른다. 이래저래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혹시 모를 확진 판정에 대비, 각 팀 선수들은 사실상 자체 격리 상태다. 집-훈련장 만을 오가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가끔씩 휴가도 주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조덕제 부산 감독은 "혹시 확진이라도 받아오면 K리그 개막이 더 늦어질 수 있다. 프로 스포츠 1호 확진이라는 불명예까지 얻는 만큼 최대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잘 알고 있는 만큼,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문제는 선수단이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혈기가 남다른 젊은 선수들의 경우는 더하다. 개막이라는 확실한 목표 아래 몸을 단련해 온 선수들 입장에서 공허함까지 더해져, 심리적으로 많이 다운된 상태다. 김기동 감독은 "어떻게 보면 컨디션 관리보다 더 큰 문제다.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데 풀 방법이 없다.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는데,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니 모두가 괴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심리적 문제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는 결국 집중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한번 끊어졌던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미 집중력을 잃은 주전급 선수들이 백업 선수들과의 자체 청백전에서 패하는 결과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시즌을 앞두고, 누가 가장 빨리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집중하느냐, 이는 변수로 가득찬 올 시즌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지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