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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김기희'우승청부사? 올해 운은 울산을 위해 쓰겠다'[진심인터뷰]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오늘은 첫날이라 조깅만 했는데도, 팀에 들어오니 설레네요."

27일 오후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첫 훈련을 마친 김기희(31)의 목소리는 밝았다.

울산 구단은 26일 '베테랑 수비수' 김기희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K리그 대구(2011~2012년), 전북(2013~2015년), 중동리그 알 사일리야(2012~2013년),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2016~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애틀 사운더스(2018~2019년)를 거친 서른한 살의 수비수가 호랑이 유니폼을 입었다. 울산 구단은 보도자료에 '김기희는 2014년부터 몸담는 모든 클럽팀에서 우승을 경험하며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썼다.

많은 팬들 역시 김기희를 '행운의 아이콘'으로 기억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소위 '4분 출전'으로 병역특례를 받은 이후다. 지난해 병무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규정을 현실화했다. 출전 선수는 물론 훈련기간 동고동락한 모든 선수들에게 특례를 적용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나,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나 대회기간 흘리는 땀과 눈물의 양은 똑같다.

사실 올림픽 첫 동메달 이후에도 김기희는 가는 팀마다 '우승 복'이 따르는 선수였다. 전북에서 3시즌간 80경기에 나섰고 2014~2015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에 상하이 선화로 건너가 2시즌간 45경기에 나서 2017년 FA컵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 MLS 시애틀에서도 한국 선수 최초로 MLS 우승멤버가 됐다. 국가대표로서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15년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운'이야기를 꺼내자 김기희는 "2012년부터 '운'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이후 기사들이 운쪽으로만 나오더라"며 웃었다. "뭐, 섭섭하다거나 알아달라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우승하기 위해서는 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뒤따른다. 결과를 운으로만 보는 건 좀 그렇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기희는 전북, 상하이 선화, 시애틀 사운더스에서 거의 전경기를 소화하며 운이 아닌 발로 우승의 역사를 썼다. 김기희는 시애틀에서 33경기에 나서 MLS 가로채기 1위에 오르며 최강 센터백으로 인정받았다. 그래도 한끗차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운이야말로 중요한 것 아니냐는 말에 김기희는 울산 팬들이 가장 반가워할 말을 꺼냈다. "물론 좋은 팀에 가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제 운'이다. 올해는 그 운을 울산에 써보려고 한다."

이번에도 선택의 이유는 '우승'이다. 당초 중국 등 해외리그를 생각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악화됐다. 김기희는 "급하게 상황이 바뀌는 가운데 울산이 좋은 기회를 주셨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믿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의 신뢰도 마음을 움직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가족여행 중 시애틀을 찾아 김기희의 경기를 지켜봤다. "2년차 때 감독님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이번에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됐다. 김 감독님이 원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울산 구단도 이미 스쿼드가 차서 받을 수 없는 여건인데 기회를 주셨다. 단지 돈 때문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겠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며 울산을 택한 이유를 또렷히 밝혔다.

ACL 조별리그에서 맞붙을 '강적' 상하이 선화 출신으로서 김기희는 "상대를 무너뜨릴 방법을 꿰뚫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팀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전북 시절 스승인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을 언급하자 "경기는 냉정해야 한다"며 웃었다.

자타공인 K리그 최강 수비라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정)승현이, (윤)영선이형 모두 앞에서 타이트하게 맨마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내 강점은 느리지 않은 발과 그 선수들이 잘하는 걸 뒤에서 커버하는 능력이다. 리딩, 커버플레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쟁보다 '원팀'을 노래했다. "당연히 저도 경쟁해야 하지만 경쟁보다 팀이 먼저다. 누가 다치거나 힘들 때 좋은 경쟁을 하면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팀 목표가 곧 내 목표"라고 즉답했다. "울산이 최근 우승을 놓쳤다. 나는 '우승청부사'란 타이틀을 달고 왔고, 울산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멤버다. 팀이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왜 그가 지독하게 운이 좋은 선수인지, 왜 그렇게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