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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DH 없는 LG의 딜레마...'당일 컨디션과 상황?'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호주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24일 일본 오키나와 2차 훈련의 주요 과제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주전 2루수와 4,5선발을 정하는 일이다. 2루수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뽑은 정근우와 기존 정주현이 경쟁한다. 4,5선발 후보로 임찬규 송은범 정용운 이상규 여건욱 등 5명을 언급했는데, 지난해 셋업맨으로 16홀드를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한 정우영과 부상에서 돌아온 김대현도 후보다.

하지만 불명확한 포지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명타자다. 지난해 지명타자는 박용택이었지만, 그가 부상 때문에 64경기 출전에 그치는 바람에 이형종 김현수 채은성 이천웅 등 외야 요원들이 번갈아 맡았다.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과 카를로스 페게로도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주전 지명타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LG의 지명타자 자리는 선발 외야진에서 제외된 선수, 또는 외국인 타자가 들어가는 '임시'의 성격이 강했다.

LG는 이를 통해 수비를 보는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노렸으나, 실제 지명타자로 들어선 외야수들의 공격력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좌익수 김현수의 경우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때 타율이 2할7푼9리(68타수 19안타)로 시즌 타율 3할4리에 크게 뒤졌다. 이는 다른 외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명타자 타율이 이천웅은 2할7푼3리(33타수 9안타), 채은성은 2할9푼7리(64타수 19안타), 이형종은 2할3푼2리(69타수 16안타)였다. 이들의 시즌 타율은 각각 3할8리, 3할1푼5리, 2할8푼6리였다.

보통 지명타자는 외야수 또는 1루수가 체력 관리를 위해 이따금 맡는 형식을 취하는데, 대부분 수비수로 출전하기를 원한다. 지명타자로 나가면 수비와 공격을 오가며 가질 수 있는 경기 리듬, 즉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 지명타자가 아닌 이상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천웅은 "수비할 때가 경기력이 좋다. 계속 경기를 나가서 수비를 해야 몸이 굳지 않고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지명타자로 나가면 한 타석 들어서고 쉬었다가 다시 몸을 풀고 타석에 들어가야 하는 반면, 수비를 하면 계속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몸을 긴장 상태로 유지하기 더 좋다. 지명타자로 몇 번 나갔었는데 적응이 안되더라"고 했다.

LG의 올시즌 지명타자는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붙박이 주전을 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현수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중 한 명이 맡거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와 박용택도 후보다. 선발 포지션은 5개인데 주전급 타자는 6명에 이른다. 1명은 더그아웃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1루수 라모스의 경우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 산하 트리플A에서 수비를 하지 않은 경기, 즉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2할6푼4리(53타수 14안타) 4홈런 17타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 3할9리를 크게 밑돌았다. 라모스도 지명타자보다는 1루수로 출전했을 때 공격력이 훨씬 좋았다.

이 부분에 관해 류중일 감독은 묘안을 짜내야 하지만, "타자들 컨디션이나 당일 상대팀 투수를 보고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