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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32세' 김연경이 바라본 도쿄 '마지막 올림픽, 100% 쏟아내겠다'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양)효진이랑 '도쿄가 우리의 마지막 올림픽'이란 얘기를 많이 했어요. 100% 이상 쏟아내려고 해요."

시종일관 여유가 넘치던 '배구 여제'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의 얼굴에 잠시 결연함이 스쳤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

김연경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터키로 떠났다. 지난달 28일 치료차 귀국한지 23일 만이다.

김연경은 지난달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도중 복근 부상을 입었지만, 태국과의 결승전에 출전을 강행했다. 22득점을 올리며 기어코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주장으로서의 헌신이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한 투혼이었다.

하지만 이후 김연경의 부상은 더 악화됐다. 정밀 검사 결과 6주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한 부상으로 밝혀졌다. 김연경은 소속팀 엑자시바시와 의논 끝에 연봉 삭감을 결정했다.

이날 김연경은 "올림픽 하나만 보고 준비하느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었다. 연봉이 삭감됐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 마음 고생이 심했다. 팀에 너무 미안하다"면서 "그래도 행복한 꿈인 도쿄올림픽만을 떠올리며 버텼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2월에 한국에 있으니 가족과 친구들도 만나고 좋았다"는 솔직한 속내도 드러냈다.

현재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찢어졌던 복근이 거의 붙었다. 터키로 돌아간 뒤 한번 더 검사를 하고, 복귀 시점을 상의할 예정이다. 아마 2~3주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직후 김연경 외에 이재영(흥국생명)과 김희진(IBK기업은행)도 부상이 악화돼 한동안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배구협회가 세 선수에게만 따로 위로금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연경은 "협회에서 신경써주신 점 감사드린다"면서도 "큰 부상이다보니 저희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도 부상을 안고 뛴 건 마찬가지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0일 복귀전에 나서는 이재영에겐 "워낙 잘하는 선수니까, 부상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덕담도 전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 개막한다. 한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0위지만, 김연경을 앞세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개최국 일본(7위)을 비롯해 브라질(3위), 세르비아(6위), 도미니카공화국(9위), 케냐(23)와 함께 A조에 속했다. 다행히 중국(1위), 미국(2위), 이탈리아(4위), 터키(5위), 러시아(8위), 아르헨티나(17위)가 속한 B조보다는 수월한 조다. 하지만 8강은 A조 1~4위와 B조 4~1위가 크로스 토너먼트를 치른다.

김연경은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반대편 조가 너무 강하다. 아마 터키 중국 미국 이탈리아 정도가 8강에 올라올 것 같은데, 3~4위를 하게 되면 8강이 정말 어려운 경기가 될 거다. (준결승에 오르려면)조1위를 하는 게 가장 좋고, 조 2위라도 해야한다"고 다짐했다.

올해 32세인 김연경의 나이를 감안하면, 국가대표를 은퇴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절친' 양효진(31·현대건설)과도 자주 나누는 얘기다.

김연경은 "마지막인 만큼 100% 이상 힘을 쏟아내자, 잘 준비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올림픽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변이 정말 많은 대회"라면서도 "도쿄는 가깝고 시차도 없다. 정말 좋은 기회가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과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엑자시바시는 현재 16승1패(승점 45)로 1위 바키방크(승점 48점)에 승점 3점 뒤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 2경기가 남아있고, 이후 1부리그 12개팀 중 8개팀이 참여하는 포스트시즌이 이어진다.

김연경은 "나 대신 뛰던 한데 발라딘(터키)도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걸로 알고 있다. 우리 팀이 올시즌 부상도 많고, 쉽게 이길 경기도 자꾸 5세트까지 갔다. 가능한 빨리 합류해서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연경과 엑자시바시의 계약은 이번 시즌까지다. 순조로운 재계약을 위해서도 중요한 시기다.

김연경은 "런던(2012년, 4위)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리우(2016년, 8강) 때는 열정만 가득했다. 이제 여유가 생겼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담도 되지만, 이 관심을 에너지로 받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공항=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