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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 휴스턴 우승 박탈하라'…美야구계 분노 '한목소리'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인 훔치기'의 주인공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향한 미국 야구계의 비판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MLB) 커미셔너의 비호가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17일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정의를 요구한다. 휴스턴의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의 주인공은 미국 볼티모어 지역 매체 TBL데일리의 댄 클락 기자다. 그는 "그들(휴스턴)은 반칙을 했지만, 리그의 대처는 부드럽기만 하다. MLB가 보다 의미있는 행동을 하도록 팬들이 요구할 때다. 야구의 공정성을 지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글을 널리 퍼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MLB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서 휴스턴을 향한 비판의 칼날이 미국 야구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류현진은 "당시 다저스 선수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다르빗슈 유, 코디 벨린저 등 휴스턴의 우승 당시 LA 다저스에 몸담았던 선수들은 앞다투어 배신감을 토로했다. 로스 스트리플링은 "휴스턴과 맞붙는 경기에서 빈볼(고의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지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휴스턴의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 정황은 지난해 11월 마이크 파이어스의 양심 고백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이에 대한 사무국의 공식적인 징계는 현재로선 제프 루노 단장과 A.J.힌치 감독에 대한 1년 자격정지 징계,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 박탈, 벌금 500만 달러 뿐이다. 이후 해임된 두 사람은 '사인 훔치기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던 알렉스 코라가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에서, 카를로스 벨트란이 뉴욕 메츠 감독에서 물러난 게 전부다.

휴스턴은 지난 14일 짐 크레인 구단주와 더스티 베이커 신임 감독, 간판 선수 알렉스 브레그먼, 호세 알투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인 훔치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저스틴 벌랜더, J.D 데이비스 등 개인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카를로스 코레아를 비롯한 일부 휴스턴 선수들은 "'사인 훔치기'는 2017년 이후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알투베(2017 아메리칸리그 MVP)는 하지 않았다. 지금 휴스턴을 향한 비난은 부당하다"며 거듭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마이크 리조 단장, 뉴욕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 같은 타 구단 고위층을 비롯해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등 유명 선수와 토론토의 신예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까지, 휴스턴을 향한 현지 야구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비롯한 10여개의 팀들이 휴스턴의 '이상 행동'에 대해 신고했지만, 사무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분노는 MLB 사무국으로도 쏠렸다.

하지만 사무국의 입장은 변함없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직접 불법 행위를 저지른 선수가 징계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은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수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 휴스턴 선수들은 충분히 상처받고 있다"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우승을 박탈한 사례는 없다. 추가적인 처벌은 선수노조(MLBPA)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만프레드는 "휴스턴 선수들을 향한 빈볼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한편 "휴스턴의 우승에 별 표시를 하거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 반납 등의 행위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휴스턴을 2017년 우승팀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커 감독은 "(사인 훔치기 관련)발언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2020시즌 준비에 차질이 있다는 것. 하지만 오는 18일 알투베를 비롯한 휴스턴 타자들이 스프링캠프 현지로 소집되는 만큼, 관련 기사 열기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체인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청원 플랫폼이다. 2007년 설립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가 시행한 '국민청원' 시스템의 모태가 됐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현지 야구 관계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한데다 '휴스턴 추가 징계'에 대한 야구 팬들의 중지를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팬들의 움직임이 사무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