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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스토리]'배수의 진' 친 한화 김태균 '범호-영수형 부러워, 반드시 반등한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한화 이글스 김태균(38)은 2020시즌 '배수의 진'을 쳤다.

누구보다 추운 겨울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신청한 그는 한화와 협상 끝에 1년 총액 10억원에 재계약 했다. 해를 넘기고도 결론이 나지 않은 협상 탓에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잔류'라는 대명제엔 변함이 없었다. 다만 팀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인 김태균이 고작 1년 계약을 맺은 부분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지난해부터 기량이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는, 일명 '에이징 커브'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과연 새 시즌 부활할 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만난 김태균의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훈련장에서 후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장난도 치면서 팀워크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토브리그 기간 재계약 협상을 펼치며 받았던 스트레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태균은 "항상 가족들은 내 결정을 믿어줬다. 협상은 기간이 길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한 부분"이라며 "첫 FA 이후 단년 계약을 해보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 (첫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10여년 만에 단기 계약을 한 셈이다. 체감이 다른 부분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차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스토브리그를 돌아봤다.

김태균은 지난해 127경기 타율 3할5리(433타수 132안타), 6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3할8푼2리, 장타율 3할9푼5리. 2018시즌(타율 3할1푼5리, 80안타 10홈런 34타점, 출루율 3할5푼8리, 장타율 4할7푼6리)에 비해 타율, 홈런, 장타율 모두 감소했다. 공인구 변화로 인한 투고타저가 에이징커브를 가속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발장타가 사라진 김태균이 더 이상 한화의 4번 타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김태균은 "지난해 활약에 대한 평가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나 자신도 부끄러웠을 정도다. 외부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데뷔 이후 나에 대해 만족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남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다그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장타보다 단타가 많아지면서 뒤따른 '교타자'라는 평가를 두고는 "나는 좋게 받아들인다. 어릴 때부터 생각해온 야구는 공을 잘 맞추는 것이었지, 장타가 전부는 아니었다"며 "터무니 없는 스윙은 좋아하지 않는다. 힘이 좋고 배트 중심에 공을 잘 맞춰서 홈런이 많이 나왔을 뿐, 내가 그려온 이미지의 야구나 지금껏 해온 부분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도 투고타저의 흐름은 계속된다. 지난해처럼 타자들이 수세에 올릴 것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지난 시즌을 경험한 타자들 역시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태균은 "타자들이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 부분을 체감하면서 원래 패턴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만회를 하려는 경향이 컸다. 그러다 원래 폼이 무너지고 더 부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돌아보면 공인구 변화보다는 이런 부분이 투고타저에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공을 정확하게 배트에 맞추는게 중요하다. 이전까지는 방망이 끝에 공이 걸리거나 먹혀도 타구에 힘이 실렸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더 정확하게 공을 맞추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장타-홈런도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두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한화는 2020시즌 반전을 노래하고 있다. 주장 이용규를 비롯해 베테랑들이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하면서 캠프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김태균은 일명 '엄지척 세리머니'가 휘감은 훈련장 분위기를 두고 "(새 주장인) 이용규가 분위기를 잘 만들기 위해 많이 준비를 한 것 같다"며 "시즌 초반 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로 데뷔 20년차를 향하고 있는 그의 족적은 분명하다. 대선배 장종훈의 뒤를 이은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KBO리그 통산 타율 부문(3할2푼5리)에서도 장효조(3할3푼1리)의 뒤를 따르고 있다. 데뷔 이래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우승'과 '해피엔딩'을 향한 갈증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김태균은 "연차가 쌓이다보니 통산 기록도 뒤따르는 것 같다. '내가 이만큼 야구를 해왔구나' 하는 마음도 들더라"며 "아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그 순간이 온다면 아마 기록도 의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이범호, 배영수 선배를 보면서 솔직히 부러웠다. 둘 다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배)영수형은 지난해 드라마틱한 마무리를 하지 않았나"라며 "팀이 반등하고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