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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여만에 막 내린 트럼프 '탄핵 드라마'…이변은 없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여간 미국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절차가 끝났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5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변수 중 하나였던 '탄핵 드라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해 9월 24일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지 134일 만이고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지난해 12월 18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49일 만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탄핵안 부결은 예견된 결과였다.
하원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일부 이탈표가 나왔음에도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는 가결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상원(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100석 기준으로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 내부고발자 고발로 우크라이나 스캔들 촉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해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잠재적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면서 이를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연계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재벌의 부패 의혹 수사에 간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재벌 소유 가스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아왔으며 해당 재벌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던 우크라이나 검사가 교체된 데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촉발된 데는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로 알려진 내부고발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부고발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가 이뤄지고 약 18일 뒤인 지난해 8월 12일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했다.
같은 해 9월 19일 미 정보기관 감찰관 마이클 앳킨슨이 하원 정보위 비공개회의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진술했고 이를 전후로 미 주요 언론사들이 내부고발자가 제기한 문제를 보도하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정치 쟁점이 됐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취임 선서 및 헌법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9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 제시는 없었다",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일부 내용이 검은색으로 지워진 편집본 형태의 내부고발자 고발장도 공개됐다.
고발장은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 미 대통령이 2020년 미 대선에 외국의 개입을 요청하는 데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의혹'을 거론, "이런 개입에는 대통령의 주요 민주당 정적 중 한 명에 대해 조사하도록 외국을 압박한 것이 포함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 트럼프 면죄부로 종결

미 하원은 탄핵 조사 개시 발표 85일만인 지난해 12월 18일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탄핵 혐의 중 권력 남용에 대해 찬성 230표와 반대 197표, 의회 방해에 대해서는 찬성 229표와 반대 198표가 나왔다.
두 혐의에 대해 공화당은 전원 반대표로 단일대오를 유지했고 민주당에서는 혐의별로 2∼3표씩의 반란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원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상원은 지난달 16일부터 탄핵 심판을 사실상 개시했다.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난달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1차 증인 소환 안건을 두고 힘겨루기에 나섰고, 수적 우위를 점한 공화당이 이를 부결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22일부터는 탄핵소추위원단(22∼24일)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25일, 27∼28일) 간의 총 사흘(하루 8시간씩, 총 24시간)에 걸친 '창과 방패' 변론 전쟁이 벌어졌다.
29일부터는 이틀간 배심원인 상원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변호인단과 소추위원단 간 2차 변론 전쟁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과 소추위원단 간의 불꽃 튀는 공방이 벌이지는 상황에서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중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볼턴의 증인 채택 문제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대선 주자의 수사를 연계하기를 원했다고 기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6일 이를 보도했다.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이 탄핵 심판에서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으로 보고 그의 증인 채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공화당의 반란표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증인 채택에는 상원 100명(공화 53석, 민주 45석, 무소속 2석) 중 과반(51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표결에서 51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날 상원의 최종 표결에서도 탄핵안은 전체 100명 가운데 3분의 2인 67명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게 됐다.
lkw77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