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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안상구→리준평→김규평'…이병헌, '남산의 부장들'로 다시 쓴 '인생캐'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 천재' 이병헌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들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824만명을 동원한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으로 겨울 극장가를 뒤흔든 이병헌이 이번엔 올해 설 명절, 범죄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 제작)로 다시 한번 흥행을 씹어 삼켰다.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사건인 고박정희 전 대통령의 10.26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설 연휴 흥행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와 하드 캐리한 열연으로 관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병헌은 극 중 헌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의 2인자로 언제나 박통(이성민)의 곁을 지키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실존 인물, 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모델화한 캐릭터다.

김규평은 옛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박통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면서 중앙정보부를 향한 박통의 무한 신뢰가 깨지게 됐고 또 엎친데 덮친격 박통이 자신이 아닌 제3의 인물을 사실상 2인자로 곁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크게 흔들리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김규평의 눈빛부터 걸음걸이, 행동 하나하나까지 완벽에 가까운 섬세한 연기로 관객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목숨을 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박통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 무소불위 권력의 중심에 섰던 김규평이지만 자신이 선망했던 군주가 독재정치로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목적에 도달하게끔 하는 일명 '충성경쟁'을 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차 회의에 빠지는 변화를 천부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한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실존 인물에 대한 각인으로 인해 관객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지만 섬세한 감정과 적재적소 한 리액션, 절제되고 밀도 높은 연기로 우려를 극복했다.

그동안 이병헌은 장르 불문, 국적 불문 작품에서 완벽한 싱크로율과 연기력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남산의 부장들' 역시 이견없는 연기력으로 또 다시 감탄을 자아냈다. 이병헌의 대표적인 인생 캐릭터로 손꼽히는 '내부자들'의 안상구, '백두산'의 리준평과 또 다른 결의 연기로 관객에게 신선한 매력을 전한 이병헌.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는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로 한계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