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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비하인드]'안치홍과 달라'…한화 이성열, +1 계약의 진짜 의미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 생활 동안 4개 팀을 거쳤다. 한화 이글스에서 5년, 생애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냈다. 어느덧 마흔이 성큼 다가온 이성열(36)의 마음 속엔 오직 한화 뿐이다.

올겨울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30)은 2+2년, 옵트아웃(계약 해지 옵션) 포함 계약을 맺은 KBO 사상 최초의 자유계약선수(FA)다. 안치홍의 계약 이후 기존과 다르지 않은 '+1년' 계약에 대해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성열이 지난 16일 한화와 체결한 2년 최대 14억원 FA 계약은 '안치홍 케이스'와 전혀 다르다. 옵트 아웃을 통한 선수 선택의 자율성이나 향후 KBO FA 시장의 활로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간 KBO리그의 일반적인 '+1년' 계약은 단순한 옵션 계약이다. 옵션을 채우면 연봉 총액이 커지듯, 특정한 성적이나 수치를 달성할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 윤규진이 한화와 맺은 1+1년 계약이 이 경우다.

안치홍의 계약은 선수 본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한 '플레이어 옵션(옵트 아웃)'이 포함됐다. 2년 뒤 선수와 구단 양측이 합의했을 경우에만 2번째 계약이 발동한다. 어느 한쪽이 2번째 계약을 원하지 않을 경우 안치홍은 '자유의 몸'이 된다. 보상선수도 없고, 선수가 자유로이 소속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KBO리그에서 흔히 통용되는 FA보다 방출선수 신분에 가깝다. 구단이 안치홍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가 원하지 않더라도 1억원의 바이아웃(방출시 조건)과 함께 방출할 수 있다.

반면, 이성열의 경우 2년 뒤 계약 연장에 대한 선택권을 선수가 아닌 구단만 갖는다. '플레이어 옵션'이 없다. 성적에 따른 자동 계약 연장 조건도 없다. 구단이 연봉 6억원에 이성열과의 1년 계약 연장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구단이 계약 연장 의사가 없으면 이성열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이성열의 FA 계약에 +1이 포함된 숨은 이유가 있다. 한화 구단에 대한 이성열의 뜨거운 애정이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이성열은 이후 두산 베어스과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에서의 5년 동안 좋은 기억이 가득하다. 적지 않은 나이 임에도 최근 3년간 76홈런을 때려내며 2년 연속 홈런 10걸에 들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몸 관리를 잘하고 있어 향후 2년간 자신의 성적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하다.

때문에 이성열은 FA 계약에 임하는 과정에서 '1년 더'를 외쳤다. "돈과 관계 없이 한화에서 더 야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화 구단은 당초 2년 계약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성열의 자신감과 한화와 더 오랜 시간 함께 하길 원하는 진심에 감동했다. 선택권이 전적으로 구단에 있는 만큼, 한화로선 손해볼 여지는 전혀 없다. 그저 이성열과 자연스럽게 '1년 더' 함께 할 여지를 두었을 뿐이다.

또 한가지는 '통산 20주년'에 대한 선수의 열망이었다. 2003년 데뷔한 이성열에게 3년 후인 2022년은 프로 데뷔 20년이 되는 해다. 이성열은 오래 전부터 '프로생활 20년을 채우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그 팀이 자신이 사랑하는 한화라면 더 바랄 게 없다. +1년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다.

이성열은 FA 계약에 앞서 "(계약금액)기준치를 낮춰서라도 한화와의 계약을 빨리 마무리하고, 2020년 한화의 가을야구에 공헌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계약을 마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성열. 그가 '꽃길' 가득한 데뷔 20주년을 꿈꾸고 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