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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르단 현장]'팔색조' 김학범의 변신술, 또 빛을 발하다

[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팔색조.' 김학범 U-23대표팀 감독에게 새로 붙여도 될 만한 별명이다.

'학범슨' 김 감독의 변화무쌍한 매직이 또 빛났다. 김 감독이 이끄는 U-23대표팀은 19일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 U-23챔피언십 8강전서 요르단을 2대1로 물리쳤다.

조별리그 3연승에 이어 파죽지세를 이어나간 것이다. 이날 승리를 빛나게 한 배경에는 김 감독의 '팔색조' 용병술이 있었다.

조별리그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김학범의 변신은 무죄'는 8강전에서도 보란듯이 통했다. 그것도 경기 종료 직전 교체 멤버의 '극장골'로 완성된 것이라 더 짜릿했다.

▶또 변화무쌍한 용병술

김 감독은 조별리그 3연승 과정에서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출전 라인업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8강전을 앞두고 주변의 화두도 '이번엔 어떻게 변하나'였는데 김 감독은 또 새로운 맞춤형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4-2-3-1. 붙박이 수문장 송범근이 여전한 가운데 김진야-이상민-정태욱-이유현이 포백에, 원두재-맹성웅이 더블볼란치에 섰다. 여기에 김대원-김진규-이동준을 2선에 배치하고 원톱으로 조규성을 선택했다. 직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과 비교하면 송범근 원두재 정태욱을 제외한 8명이 바뀌는 대폭적인 '판갈이'였다. 특히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한 김진규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이 자리는 이동경 정승원의 선발 몫이었는데 '김진규 카드'를 먼저 선택한 데에는 노림수가 있었다.

▶'학범슨'의 변신은 무죄

김 감독의 초반 경기 운영 핵심은 '스피드와 활동량'이었다. 부지런함의 대표 주자 김대원 김진야가 시작부터 왼쪽 측면을 연신 흔들었다. 총알같은 측면 돌파는 물론 중앙으로 좁혀드는 능력도 좋은 이동준은 오른쪽에서 상대를 괴롭히도록 했다. 이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데에는 김진규 카드가 있었다. 김진규는 수비라인 사이 사이를 부지런히 훑고 다니며 공 배급 루트를 개척하는 역할을 맡았다. 더구나 김진규와 이동준은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에서 늘 맡았던 포지션에서, 익숙한 패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2선에서의 압박 강도는 상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변화의 효과는 전반 15분 만에 나왔다.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조규성이 마무리했지만 이전 전개 과정이 좋았다. 김진규가 반대쪽 김대원에 밀어준 것을 김대원이 문전 크로스했고, 정태욱과 이동준의 헤더를 거쳐 루스볼 된 것이 조규성의 머리로 연결됐다. 김진규가 상대의 허를 찌르며 김대원에게 툭 찔러준 것부터 김대원이 키가 큰 정태욱의 머리를 향해 올려준 것, 파이팅 좋은 이동준이 문전 쇄도하며 골키퍼와 싸워준 것까지, 꼼꼼하게 준비된 세트피스였다.

▶'극장골'로 빛난 교체카드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맹성웅 대신 이동경을 투입하며 김진규를 맹성웅 자리로 내리고 이동경에게 김진규 자리를 맡겼다. 김진규 못지 않은 이동경의 활동성을 앞세워 추가골을 노린 포석이었다. 이어 26분 이동준 대신 오세훈을 투입, 앞선을 더 강화했다. 하지만 한국은 체력 저하와 함께 집중력을 잠시 잃어버리는 사이 30분 동점골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김 감독은 39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김진규마저 빼고 정승원을 투입해 최종 총력전을 펼쳤다. 동점골에 일격을 당했던 태극전사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는 모습. 이동경이 추가시간인 47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앞에서 프리킥을 유도했다. 앞서 후반 6분 김진규의 절묘한 프리킥이 골대를 맞혔던 비슷한 지점이었다. 김진규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동경은 한풀이를 제대로 해줬다. 왼발로 감아찬 것이 골대를 스치며 그대로 꽂혔다. 이보다 멋진 '극장골'은 없었고 '팔색조' 용병술도 화룡점정을 하는 순간이었다. 방콕(태국)=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