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에 화장품, 면세점,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관련주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이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을 시행한 후 중국 소비자 주가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사드 사태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최근 해빙 분위기가 형성되고 한한령 해제 기대가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 중국 소비주인 화장품 업종에서는 올해 들어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 종목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업종 대장주인 LG생활건강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140만6000원으로 2019년 말(126만1000원)보다 11.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도 20만원에서 23만6500원으로 18.25%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18.91%), 애경산업(13.91%), 클리오(29.61%), 에이블씨엔씨(21.95%), 한국화장품(55.30%), 토니모리(27.27%), 코리아나(45.83%) 등도 줄줄이 급상승했다. 한국콜마(11.53%), 코스맥스(9.64%), 코스메카코리아(20.26%) 등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들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에서 한국 화장품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그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던 관련 브랜드들의 매출 급성장과 더불어 주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한국은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광군제 매출이 2018년 대비 62% 늘며 국내 뷰티 기업 중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LG생활건강도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등 5개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2018년 대비 187% 급증했다. 애경산업과 닥터자르트도 2018년 대비 각각 371%, 295% 증가율을 보였고, AHC는 화장품 카테고리를 넘어서 티몰 글로벌 해외 직접 구매 상품 전체에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면세점 등 유통가 전반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맴돌면서, 면세점주로 꼽히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도 올해 들어 각각 주가가 19.49%, 10.90% 올랐다.
12일 유통가에 따르면 이달 초 중국 건강웰빙식품 기업 이융탕 임직원 5000명이 회사에서 제공받는 포상 관광여행으로 롯데면세점 등을 방문했다. 이는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의 중국 관광객이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측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계열 사업장 이용을 금지했는데, 이번 단체 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을 찾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다가오는 중국 춘제 연휴가 중국 관광객 방한 증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사드 사태 이후 확 축소됐던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과 공연 등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브이티지엠피가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위해 투자한 신설 법인 케이블리(KVLY)는 중국 최대 공연기획사 프리고스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데 이어 청와대는 올해 상반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 확실하게 정해진 사항은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진핑 주석 방한 기대감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국 관련주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언론에서는 아직 시 주석 방한 소식이 보도되고 있지 않으며, 한한령 해제 관련 보도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와 국민의 태도는 개선되고 있지만 전면적인 한한령 해제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향후 시 주석 방한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