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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오스카 경험無'…'기생충' 韓 첫 아카데미 수상 도전..레이스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101년 역사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노미네이트에 성공한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아카데미라는 척박한 황무지 속 호기롭게 첫발을 내디딘 '기생충'이 미국에서 수상을 향해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치며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첫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넘어 이제 첫 아카데미 수상까지 노리는 '#봉하이브(hive·벌집)' 신드롬이 할리우드 안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곽신애·봉준호), 감독상, 각본상(봉준호·한진원), 편집상(양진모), 미술상(이하준·조원우),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등 무려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부터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AMPAS, 이하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미국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지난 1963년 개봉한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문을 드렸다. '맨발의 꿈'(10, 김태균 감독) '고지전'(11, 장훈 감독) '피에타'(12, 김기덕 감독) '해무'(14, 심성보 감독) '사도'(15, 이준익 감독) '밀정'(16, 김지운 감독) 등이 한국 영화 출품작 선정돼 아카데미 문을 두렸지만 번번히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기생충'에 앞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18)이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가 만든 '옥자'(17) 또한 시각효과 예비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후보에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주요 부문을 제외한 아카데미 후보 지명은 몇 차례 있었다. 한국인, 한국 영화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2005년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박세종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축!생일'(단편애니메이션 부문), 2013년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민규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아담과 개'(단편애니메이션 부문),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유스'(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조수미(주제가상 부문)까지 단 3차례가 전부인 것.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는 물론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면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 기록을 세우게 됐고 이제 최종 목적지인 수상 고지를 향해 피땀 눈물이 담긴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아카데미는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회원 투표제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카데미 회원은 9537명으로 이 중 8469명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수상작은 회원들이 부문별로 후보에 오른 작품 및 후보자에게 한 표씩 투표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최종 수상작(자)으로 영예를 얻는다. 아카데미 수상작은 부문별로 최종 투표 자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다른 시상식과 차별을 둔다. 국제영화상과 다큐멘터리상은 5개 후보작을 모두 본 회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며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다른 부문은 아카데미 회원이라면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카데미 최종 수상작(자) 선정 투표는 오는 30일부터 시상식이 개최되는 5일 전인 내달 4일 마감된다. 6일간 최종 투표를 마치면 영광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인공들이 확정된다.

지난해 10월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의 손을 잡고 미국에 개봉한 '기생충'은 11월부터 '오스카 레이스'를 펼쳤고 이제 수상을 위한 전력의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사실상 '기생충'은 한국 영화 첫 아카데미 진출로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오스카 레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학한 게 현실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억 소리 나는 예산과 인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기생충'은 캠페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부딪치며 힘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제작진의 노고를 알기에 차기작 촬영이 한창인 배우들도 잠깐의 짬을 내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하는 등 남다른 의리를 보였다. 봉준호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 그리고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지난해 연말부터 아카데미가 열리는 내달까지 미국에 머물며 언론과 인터뷰는 물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기생충'을 홍보하고 있고 여기에 '기생충'의 주역들인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이 가세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 마케팅을 펼치며 '기생충'의 수상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기생충'이 회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표를 받기 위해서는 일단 입소문이 중요하다. '기생충' 팀은 할리우드 유명 스타, 감독이 아닌 만큼 미국 내에서 좀 더 많은 이슈를 만들기 위해 하나라도 더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상영회 참석, 글로벌 인맥을 이용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비단 이러한 입소문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가 열리기 전까지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도 중요하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제23회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상, 제91회 전미비평가위원회상 외국어영화상, 뉴욕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미국영화연구소 어워즈 특별상, 제45회 LA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송강호),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외국어영화상,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감독상·외국어영화상 등 무려 43개 시상식에서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부문 중 수상이 가장 유력하며 주력하는 국제장편영화 부문 또한 아카데미에 앞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만큼 '기생충'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오스카 레이스' 중인 '기생충'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은 17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지난해 여름 이후 CJ ENM 주도하에 장기간에 걸쳐 아카데미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아카데미 캠페인은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중요한 동시에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모두 결합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프로모션 활동이다. CJ ENM은 캠페인 전략 총괄, 예산 수립, 전 세계 '기생충' 개봉 현황 F/U(Follow-UP, 점검) 및 현지 프로모션 진행, 관객 및 오피니언 리더 대상 타깃 시사회 개최, 외신을 통한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진행되는 일련의 캠페인 과정을 통해 한국 영화 산업에 아카데미 캠페인 노하우가 축적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의 표심 잡기는 투표가 끝나는 내달 4일까지 계속된다. 오는 18일 열리는 전미영화제작자조합 시상식, 19일 열리는 미국배우조합 시상식, 25일 열리는 미국감독조합 시상식에 연달아 참석해 '기생충'의 파워에 쐐기를 박을 전망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