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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용품도 시장서 거래…평양에 들어선 '북한판 복합쇼핑센터'

"국가의 이익과 인민들의 편리를 다 같이 보장할 수 있게 상업봉사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명시하셨다."
새해 벽두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 소개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발언이다.
서구 유학으로 자본주의를 경험했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최근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소개한 평양 도심 통일거리의 '락랑금강설비전시장'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자본주의 사회의 경영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메아리는 최근 영업을 시작한 락랑금강설비전시장이 "훌륭한 봉사환경과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하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은 총 3층짜리 건물로 평양의 대형 대중목욕탕 락랑원 앞에 위치했다.


1층과 야외 전시구역에서는 안주펌프공장에서 생산한 뽐프(펌프)들, 김책착암기공장에서 만든 착암기와 용접기, 압축기, 공기함마(해머) 등을 판매한다.
2층과 3층은 경공업 제품과 식품코너다. 갈마식료공장, 평양밀가루가공공장, 운하대성식료공장, 김책대경수산사업소, 만경대구두공장, 조선장수무역회사 등이 만든 상품과 식자재 등이 팔린다.
전시장은 식당과 청량음료점, 목욕탕, 운동실까지 갖춰 손님들을 유혹한다. 남한의 복합쇼핑몰이 찜질방, 헬스클럽, 푸드코트, 병원을 입점 시켜 쇼핑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메아리는 "각 생산업체가 중개 공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여 제품가격이 눅고(저렴하고) 새로 개발된 제품들도 빨리 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유통과정을 생략해 단가를 낮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구매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해설도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하여주기 때문에 상품을 사는 기분이 좋다고 손님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고 선전했다.
북한은 이 밖에도 대형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이나 평양제1백화점, 값비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파는 대성백화점 등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통망을 혁신하는 시도가 북한이 정부 손이 닿지 않던 일부 상업망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시장을 일부 허용하면서 국가가 배급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시장에 기대어 풀었지만, 계획경제가 침식당하는 부작용도 겪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영상점에서 소비를 유도해 시장에 떠도는 자금을 제도적으로 흡수하고, 이를 통해 재정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락랑금강설비전시장이 용접기, 압축기 등 생산설비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기업들이 필요한 설비를 계약을 통해 서로 빌려 썼는데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비를 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처럼 시장에서의 자본재 거래가 허용되면서 제품의 질 제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la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