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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스 주차에만 한세월, 부산 구덕에서 느낀 '국제대회'의 현실

[부산=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뒤로 뒤로, 어? 어? 조심, 조심. 닿는다. 조심. 천천히. 안 되겠는데."

지난 10일 중국과 일본간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1경기가 열린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중국 선수를 태운 팀 버스가 진입하는 걸 보며 여러 관계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형버스가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각을 만든 뒤에야 비좁은 공간을 통과했다. 버스의 지붕이 튀어나온 건물 외벽에 닿을락말락 했다. 해외팀을 초청한 '국제대회'에서 나온 촌극이다.

구덕운동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대회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제대회를 소화할 경기장으론 보기 어려웠다. 이날만 해도 중국 남자·여자팀, 일본 남자팀, 한국 여자팀 등 4개 국가대표팀과 한중일 기자들 수십 명이 낙후된 경기장을 체험했다. 경기장으로 통하는 건물 1층 중앙 통로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는데, 선수들을 위한 카펫은 아니었다. 라커룸에서 경기 준비를 마친 선수들은 도열을 하기 위해 트랙 위를 도보로 이동했다. 3개국 취재진이 모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기자회견장도 비좁았다. 동료 기자는 경기장 1층에 여자 화장실이 없다는 얘기를 건네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대회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 한 안내요원은 한국과 중국 여자팀간 전반 도중 갑자기 괴성을 내질렀다. 화들짝 놀란 주변에 있던 관중들은 소리가 난 쪽을 일제히 쳐다봤다. 기자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명의 안내요원이 구석진 곳에 숨어 핸드폰을 보며 장난을 친 것이었다. 또 다른 안내요원은 이날 한 경기가 열리는지, 두 경기가 열리는지조차 숙지를 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사전 교육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장에선 '관중보다 대회운영 관계자와 공무원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왔다. 16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시안컵이라고 하기엔 낯뜨거운 현장이었다.

부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