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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② 조여정 '청룡 수상, 나 보다 엄마 보다 절친 옥주현이 더 울어'(인터뷰)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 상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갈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 배우 조여정(38).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피스 '기생충'에서 그는 상류층 사모님 연교 역을 완벽하게 연기, 관객과 평단의 놀라게 하며 봉준호의 뮤즈에 이어 청룡영화상의 뮤즈로 우뚝 섰다.

훌륭한 연기만큼이나 수상 직후 조여정이 들려준 수상 소감까지 명품이었다. 감동과 환희, 유머와 재치까지 겸비한 그녀의 수상 소감에 동료 영화인들은 물론 시상식을 바라보는 대중 또한 웃고, 또 울었다.

무엇보다 조여정의 수상 소감에는 연기를 향한 조여정의 무한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기에 대한 짝사랑을 평생 이어할 거라는 조여정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또한 조여정은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캐릭터와 배우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다를 데가 있다"며 대중도 사랑했고, 또 자신 또한 너무나 사랑했던 연교를 통해 큰 상을 받게 돼 더욱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그런 연교를 자신에게 선물해 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무대 위에서도 봉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제가 기다렸던 캐릭터라고 이야기를 했다.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배우는 본이 가진 어떤 면을 발전 시켜서 연기한다. 저 또한 나의 특장점을 발전 시켜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길 원했다. 그동안 저는 굉장히 비장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조금 어렸을 때는 마냥 귀엽기만 한 캐릭터만이 주어졌다. 그런데 삼십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적당한 능청과 나이에 맞는 유연함이 있는 구체적인 캐릭터를 만나길 원했다. 연교는 스스로 연기하면서도 참 좋았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자꾸 드는 캐릭터였다. 봉준호 감독님이 원하는 연교의 호흡과 제가 가진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이라 행복했다." 이날 조여정은 "연기력에 비해 상복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기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사실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작품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적게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준비를 하다가 엎어진 작품도 많다. 하지만 난 그런 과정에 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한 만큼 칭찬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몇 년전에는 '인간중독'(김대우 감독)으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돼 청룡영화상에 참석했다. 수상하진 못했지만 난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많은 영화의 수많은 조연 캐릭터 중에 다섯명의 후보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거 아닌가. 원래 크게 상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다. 사실 이번에도 '인간중독' 때와 같은 마음이었다. 노미네이트 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고 신나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갔다. 그런데 수상까지 하게 됐다."

조여정의 수상에 그 누구보다 감격하고 기뻐한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우리 엄마는 너무 우셔서 통화할 때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셨다. 다만 자랑스럽다"고 밝게 웃었다. "모든 배우들의 가족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가족 역시 연예인의 가족으로 살면서 혹시라도 저에게 피해가 될까봐 평생을 조심하면서 행동 하나, 말 하나 편하게 하지 못하고 살았다. 저의 수상이 그런 가족들을 위한 작은 보상이나 위안을 드린 것 같아 기뻤다. 뭐랄까. 굉장히 효도한 기분까지 들었다."

조여정의 수상을 기뻐한 건 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들마저 함께 감격했다. 특히 조여정의 수상 당일 절친 옥주현의 SNS에는 조여정의 수상 모습이 방송되고 있는 TV화면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옥주현이 직접 찍은 이 영상은 친구의 수상에 감격한 옥주현의 흐느낌 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여정은 "나도 그 영상을 보고 나도 함께 찡해지더라"고 입을 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가는 길에 주현이와 차안에서 영상통화를 했다. 영상 통화가 걸려 와서 받았는데 엄청 울고 있더라. 처음에는 장난으로 '잉잉' 하면서 우는 척 하는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너무 울더라. 장난으로 '너는 왜 우리 엄마 보다 더 우는 거야'라고 했다.(웃음) 그런데 본인 일 만큼이나 기뻐하는 친구를 보니 정말 행복했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로서 서로가 어떤 점에서 힘들어하고 어떤 점에서 한계에 부딪히는지 너무 잘 이해하는 친구다. 사실 정말 힘든 점은 가족들에게 잘 말하지 못하는데 친구들에게는 말 할 수 있지 않나. 그동안의 나의 모습을 가장 잘 아는 친구여서 그러지 더 공감하고 함께 울어 준 것 같아 고맙다."

조여정은 한국 나이 39세, 2019년, 딱 이 시기에 받은 상이 더욱 큰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2019년에서 2020년, 연호가 9에서 0으로 넘어가는 해, 그리고 제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게 되는 이 시점에 이런 상을 받아서 더 뜻깊다. 내년부터 리셋, 재부팅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느낌이다. 시상식이 열리기 얼마전에 문득 '이제 내가 좀 훌륭한 사람이 될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태프들에게도 '우리 내년엔 훌륭한 사람이 되자.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보자'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이 상을 받게 됐다.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이 많지만 훌륭한 사람으로 가는 길에 좋은 원동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