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서울 삼성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경기 하루 전. 삼성 이상민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자체적 상의를 했다. 최근 삼성은 5연패.
스몰 라인업을 쓴다. 정통 센터 대신 닉 미네라스와 델로이 제임스 등 내외곽 플레이가 되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스몰 라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활동량과 트랜지션이 필수다. 약한 높이를 두 가지 장점으로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5연패 중 삼성은 상대팀 속공 허용률 1위. 여기에 리바운드가 매우 적었다. 때문에 승리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모두 리바운드를 들어가지도 않고 백코트도 늦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높이가 떨어지는 팀이 트랜지션도 좋지 않다는 것은 재앙이다.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은 달랐다. 삼성 선수들은 마음먹고 나왔다. 원주 DB는 센터 오누아쿠가 부친상으로 빠진 상황. 삼성 역시 외곽 에이스 이관희가 족저근막염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부쳤다. 기본적 활동력에서 DB를 압도했다. 거친 수비로 칼렙 그린을 괴롭혔다. 공격도 원활했다. 미네라스와 천기범의 3점포가 연거푸 터졌다. DB는 악성 실책이 많았다. 호흡이 맞지 않았다. 이 실책을 속공으로 연결했다. 1쿼터 3분21초를 남기고 24-7, 14점 차까지 벌어졌다.
DB는 계속 정신차리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윤호영과 허 웅의 전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실수가 너무 많았다. 점수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43-21, 22점 차로 전반전 종료.
3쿼터 초반, DB 김태홍과 김태술의 연속 3점포로 간격이 좁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에는 김현수가 있었다. 빠른 공격으로 수비 허점을 만든 삼성은 김현수가 2차례 3점포로 쐐기를 박았다. 반면, DB는 그린과 김종규의 단순한 골밑 공격으로 전혀 활로를 뚫지 못했다. 결국 3쿼터 26.4초를 남기고 71-40, 31점 차.
DB는 4쿼터 초반 기습적 압박과 폭풍같은 득점으로 15점 차까지 추격.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삼성 이상민 감독의 경기 전 걱정은 기우였다.
삼성이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 모비스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DB를 93대80으로 완파했다. 김현수가 25득점, 미네라스가 25득점을 올렸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