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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D-7…HDC-금호 '손배한도' 놓고 줄다리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 기한(우선협상자 대상 일정기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HDC)이 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당초 최종협상까지 순조로울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 달리 시간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연내 매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연내 매각 자체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HDC와 금호의 손익 계산이다. 최종매각을 앞두고 HDC는 최대한 적게 주기 위해, 금호는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와 HDC는 6일까지 계약서 조건 협상을 마치고 12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가 단독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은 12일까지라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지난달 12일 금호가 HDC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금호가 연내 매각을 목표로 내세웠던 만큼 본실사도 생략했다. 일반적인 M&A의 경우 본실사 기간은 1달 정도가 소요된다. 예비실사에만 7주 가량을 소요한데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금호와 HDC는 계약에 명시된 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줄다리기를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가격조정 한도는 5%로 양측이 합의했다. 금호는 당초 매각에 나섰던 후보들에게 가격조정한도를 3%라고 못박았지만, 본협상에서 2% 가량 늘어난 5%로 양측이 대략 합의한 상태다.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놓고도 이견이 엇갈렸지만 이는 대략 현산 컨소시엄의 요구대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손해배상한도율이다. 현재 HDC는 우발 채무 등을 고려해 금호를 상대로 손해배상한도를 높일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과거 기내식 사건 등의 향후 여파를 고려해 특별손해배상한도를 10%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HDC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를 추진함에 따라 이후 과징금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HDC가 협상테이블에서 계속 거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HDC 측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재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지주사로 싸게 넘겼다는 의혹도 손해배상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HDC 입장에선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HDC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를 당초 알려졌던 9조6000억원보다 큰 것으로 파악하고, 손해배상한도를 둘러싸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금호는 HDC의 요구에 일단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징금 발생 등 이후 예상밖 지출 금액 규모가 커질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매각 대금 자체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금호가 HDC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M&A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 강공 자세를 취하고 있는 HDC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끝내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며 박 전 회장 측에 책임 있는 협상자세를 보이라고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HDC에 비해 협상테이블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은 HDC의 요구대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HDC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할 보통주(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HDC는 구주를 사는 데 3200억원을 제시했고, 신주 인수금액으로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HDC가 제시한 구주 가치 3200억원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31.05%)의 현재 시장가치보다 낮은 금액이다.

또 금호는 구주 인수 가격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앞세워 4000억원대를 주장했지만 지난달 협상테이블에서 HDC와 조율을 통해 3200억원 가량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박 전 회장이 자산총액 5500억원 규모의 금호리조트를 추가로 HDC현산 측에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A업계 관계자는 "금호가 조직원들의 자리를 이동시키는 등 연내 매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DC와 금호간 1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일이 연말로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손해보상한도는 HDC측의 제안 형태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 관계자는 "협상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견 조정 과정일 뿐"이라며 "양측 모두 판 자체를 흔들 생각은 전혀 없으며 연내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