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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김재환의 ML 도전, 결과를 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도전이 비난받을 명분은 없다. 결과를 본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지난 5일 두산 베어스는 주전 외야수이자 4번타자인 김재환과의 논의 끝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포스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절차는 빨랐다. 조용히 준비를 마쳐온 김재환은 서류 절차까지 모두 끝내고 곧바로 포스팅 신청 과정을 마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6일(이하 한국시각) 김재환과 김광현을 나란히 포스팅 공시했다. 30일간 협상이 가능한 규정에 따라 두사람은 2020년 1월 6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할 수 있다. 운명의 한달이 시작됐다.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취재진은 물론이고, 구단 관계자들과 두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김재환이 최근 김태룡 단장과 김태형 감독에게 의사를 밝힌 후 급물살을 탔다.

그동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던 선수는 많다.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처럼 포스팅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케이스도 있고, 양현종이나 김광현, 손아섭, 황재균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와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물론 과거 선수들과 김재환의 사례가 다른 점은, 그동안 한번도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다. 앞선 선수들은 일찍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욕심을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내비췄었다. 그래서 구단도, 혹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일찍부터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김재환의 폭탄 선언이 갑작스럽게 느껴진 이유다.

야구계 관계자들 전체가 들썩였다. 시상식 시즌이 한창인 현재 타팀 단장, 감독 등 주요 인사들이 만나면 대부분 "김재환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메이저리그 어느팀에서 콜이 온다는 예상은 없나"라는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광현은 몇달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었지만 김재환은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작년 KBO리그 MVP(최우수선수)이자 홈런왕이었던 김재환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올해 개인 성적이 주춤했던 점을 들며,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도전은 개인의 권리다. 도전 자체가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은 선수 개인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 자격을 갖추면 김재환 뿐 아니라 누구든 도전할 수 있다. 평가는 결과가 나온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두산 구단도 김재환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거나 헐값 계약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못을 박았다. 도전을 하더라도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기쁘게 보내고,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무리해서 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김재환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도한 선수는 숱하게 많았다. 최향남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간절하게 노력한 케이스도 있고,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처럼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도전한 선수들도 있었다. 포스팅을 했다 실패한 선수도 있고, 빅리그 입성까지 성공했지만 1~2년만에 돌아온 선수들도 있다. 현 소속 구단이나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수준이 아니라면, 도전은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설령 계약 성사가 안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김재환은 내년에도 두산 소속 선수로 KBO리그에서 뛰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