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인터뷰] '동백꽃 필 무렵' 이규성 '찌질했던 '까불이', 사형받았으면'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규성(27)에게 '까불이'의 모든 것을 들었다.

2010년 영화 '하하하'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뒤 2014년 영화 '안녕, 투이'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이규성은 도경수 주연의 영화 '스윙키즈'(2018)에서 주인공 로기수의 친구인 민철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조용히 내공을 쌓던 중 인생작품 인생캐릭터를 만나기도 했다. 바로 올해 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그것. 극 초반에는 '흥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는 마지막회에서 '까불이'로 호칭이 바뀌며 역대급 존재감을 자랑했다.

'동백꽃 필 무렵'을 마친 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이규성은 '동백꽃'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에 동의하며 "너무나 큰 수혜를 받았다. 워낙 좋은 작품이었고, 큰 관심을 주셨는데, 그 덕분에 다음 작품에서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종영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이규성에 대한 '콜'은 점차 많아지고 있단다. 오디션 현장에서 '까불이 연기 잘 봤다'는 칭찬은 덤으로 들려온다고.

그렇게 그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줬던 '까불이'는 오디션 때부터도 극비로 캐스팅이 진행됐다. 이규성은 "오디션을 볼 때에도 시놉시스나 이런 것들이 다 극비로 진행됐고, 저도 '전원일기' 느낌의 드라마인줄 알고 오디션에 참여했다. 게다가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추격자'의 하정우 선배님 대본을 저에게 시키시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놀랐다. '이런 드라마가 아닌데 왜 무서운걸 시키시지' 싶었는데, 최종 오디션까지 끝난 뒤에 저에게 '까불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마가 있다'고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중심이자 킬링포인트가 되는 '까불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 이규성의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단다. 그는 "너무 좋았다. 여태 보여드린 모습이 아니라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설렘도 있었다. 마치 동백이가 죽는 것처럼 처음에 그려지지 않았나.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에피소드로 끝날 애가 아니다'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이규성의 바람처럼 모든 일이 쉽게 풀려가지는 않았다. 까불이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의 속고 속이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 이규성은 "사실은 저도 속았었다"며 "감독님이 처음에 오디션이 끝나고 저에게 '까불이'라고 하셨지만, 두 번째 촬영 때에 저를 따로 불러서 '네가 까불이일 수도 있지만, 아빠가 까불이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저도 두 가지 연기를 모두 준비했다. 제가 까불이일 때와 아빠가 까불이일 때로. 알고보니 감독님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극중 큰 그림 속에서 두 가지 연기를 준비하면서도 '내가 까불이면 좋겠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을 것. 이규성은 솔직하게 "사람이다 보니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혼자 많이 싸웠다. 나였으면 하는 바람, 까불이가 집중을 받는데 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까불이가 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촬영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 아쉬움이 연기로 비춰지면 안되니까. 사실 속에서는 많이 초조했지만, 믿으려고 했고 기도도 많이 했었다. '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교란작전이 있던 이유는 극 초반에 이미 '흥식이가 까불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규성은 "초반부터 흥식이가 용의선상에 올랐었다. 그건 예상도 못했던 일이다. 제가 고양이 밥을 들고 나올 때쯤에도 '쟤는 누구야'라는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초반부터 집중을 받아버렸다. 그와 동시에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었다. '누구냐'는 물음도 많았고, 18부 쯤에는 '너 정말 슬프게 잘 울더라'는 칭찬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칭찬도 응원도 모두 마지막회 이후에는 욕으로 바뀌었다. 20부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메시지가 쇄도했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다짜고짜 했다"고 농담식으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까불이의 최후는 '하찮음'으로 끝이 났다. 까불이 자신이 옹산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여겼던 동백(공효진)에게 맥주잔으로 머리를 맞아야 했고, 옹산의 '옹벤져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밟혀야 했다. 이 모든 결말에 대해 이규성은 "까불이를 연기하며 저의 윤리의식과 계속해서 부딪혔다. 까불이가 하찮게 끝나는 결말이 그래서 좋았다. 사회의 '악(惡)'이기 때문에 멋있고 영웅처럼 끝나는 것은 마음으로 바라지 않았다. 분명 작가님도 그렇게 쓰시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너무 좋았다"며 "흥식이는 너무 찌질한 사람이다. 강한 자에게는 너무 약하고, 둘 이상만 되더라도 살인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에서 보여준다. 짜장면 배달부를 죽이지 않았던 것도 진짜다. 건장한 남자에게는 충동을 느끼지 못하는 애니까. 규태가 가진 성격 때문에 무시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흥식이는 화내지 않았다. 규태는 흥식이 입장에서는 강자니까. 그러다 보니 까불이는 찌질한 애였고, 악의 대표격이었을 뿐이다"고 말했다.그런 이규성은 "까불이의 형량이 얼마나 나오면 좋겠느냐"고 묻자 '사형'을 외쳤다. 이규성은 "사형이면 좋겠다. 모범수로 후에 석방이 되는 것도 안된다. 그런 사회악적인 존재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까불이는 나쁜 놈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비록 사회악적인 존재로서 까불이의 최후는 마무리됐지만, 이규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효도하지 못했던 부모님께도 이번에는 선물을 드릴 수 있었다는 그다. 이규성은 "'동백꽃 필 무렵'이 끝나고 나서 가족애가 더 돈독해졌다. 사실, 흥식이를 연기하는 동안에는 사랑이 결여가 된 인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하려 부모님의 사랑을 자꾸 쳐내려 했었다. 그런데 이제 끝나고 나니 효도도 할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효도는 아니었지만, 이번에 적게나마 정산이 됐을 때 부모님께 제 선에서 커플 운동화와 무선 이어폰을 선물로 드렸다. 워낙 기뻐하시고 주변에도 '까불이가 내 아들'이라고 자랑을 하시는 것을 보니 행복했다"고 밝혔다.

주목을 받은 만큼 언젠가는 '신인상'을 꼭 타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이규성은 "어릴 때부터 신인상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신인일 때가 아니면 받지 못하는 상이지 않나. 그래서 그걸 연기에 대한 마음을 키웠을 때부터 그 부분을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하거나 주변에서 '신인상'에 얘기를 하실 때마다 충돌하게 된다. '나는 아니다' 이 마음과 '그래도 혹시'하는 약간의 기대가 겹친다"며 신인상에 대한 간절한 욕심도 나타냈다.

신인배우 이규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스윙키즈'를 시작으로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동백꽃 필 무렵'으로 포털사이트에 프로필까지 등록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약들이 필모그래피로 빼곡하게 쌓여갈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등록이 정말 처음으로 느끼는 큰 수확이다. 처음 등록을 할 때에는 전국적으로 '이규성'이라는 사람이 많았고 제일 마지막에 이름이 떴었는데,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올라왔다가 다음 날에는 첫 번째가 됐다. 이건 정말 시청자 분들이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제일 처음 느낀 수확이자 감사함을 느낀 부분이다. '변했다'는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실시간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1년 차 배우로서 앞으로 이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