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팔면서 얼마나 마구잡이로 팔았는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과에서 재차 드러났다.
80세에 가까운 치매 노인을 '적극투자형'이라고 임의로 분류해 DLF를 팔았고,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도 손실이 하나도 안 나는 상품이라며 팔기도 했다.
5일 분조위가 조정한 사례를 보면 우리은행은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 노인에게 DLF를 판매하다가 역대 최고 수준인 80% 배상 조정 결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이 고객에게 고위험상품인 DLF를 팔기 위해 투자성향을 '적극투자형'이라고 임의로 작성했을 뿐 아니라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를 별도 설명 없이 서명하게 했다.
79세 치매 노인은 졸지에 '적극투자형' 투자자가 돼 고위험 상품에 1억1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21%를 잃었다.
분조위는 고객의 연령, 건강 상태,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이 이 고객에게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정도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라며 팔았다가 75% 배상 결정을 받았다.
이 고객이 투자 경험이 없고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자산관리를 받아본 적이 없음에도 우리은행은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이라고 임의로 작성했다.
우리은행은 이 고객에게 "과거 10년간 백테스트(Back Test) 결과 손실확률이 0%였다"고 설명했을 뿐 금리하락 폭의 200배에서 333배로 원금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이론적으로 원금 100%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결국 이 고객은 우리은행의 이런 '꼬드김'에 넘어가 만기가 된 적금과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는 적금 11건을 중도해지해 1억원을 마련, DLF에 투자했다가 8천만원을 날렸다.
하나은행은 예금상품을 묻는 고객에게 DLF를 판매한 사례로 65% 배상 조정을 받았다.
이 고객은 "대여금고를 개설하려면 1억원 이상 예치가 필요하다"는 은행 직원의 안내를 받고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했으나 직원은 예금이 아닌 DLF를 권유했다.
게다가 "미국 금리가 40% 하락하지 않으면 조기에 상환된다"며 DLF 상품의 기초자산을 잘못 설명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했다.
정기예금이 아닌 DLF에 1억원을 투자한 이 고객은 결국 6천400만원을 잃었다.
하나은행이 예금상품 추천을 요청한 고객에게 DLF 판매한 사례가 더 있었다.
대출금을 1년간 예치할 예금상품을 추천해달라는 고객에게 DLF를 권유하고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이라고 임의로 작성했다.
게다가 PB가 아닌 일반 직원이 판매하면서 고객이 기초자산인 CMS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을 알고서도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고객은 'CMS를 아느냐'는 은행 직원 질문에 "CMS계좌(자동이체계좌)에 가입한 적이 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고객은 DLF에 2억원을 투자하게 됐고, 원금의 35% 손실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
분조위는 이 사례에 대해 55% 배상 조정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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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