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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골프대회]'적장에서 동반자로' 그린 위 감독들의 유쾌한 수다

그라운드 위 적장은 그린 위 동반자였다.

1년 내내 치열하게 경쟁했던 프로야구 명장들이 필드 위에서 화합을 다졌다.

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8회 야구인골프대회. 스포츠조선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명장들의 샷 대결이 펼쳐졌다.

화합과 우정을 다지는 무대. 하지만 경쟁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날 감독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플레이를 펼쳤다. 앞 조에는 감독 중 최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LG 트윈스 류중일, 두산 베어스 김태형,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었다. 야구계의 소문난 로우 싱글 골퍼들.

전쟁 같은 시즌을 치러내야 하는 감독들은 야구 시즌 동안 골프를 칠 여유는 거의 없다. 시즌이 끝나고 쌀쌀해져 잔디가 누렇게 변할 무렵에야 비로소 필드에 나설 수 있다. 그러다 통상 따뜻한 캠프지에 가서 휴식일에 골프를 치는 정도다. 이날 모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늦게까지 치른 감독들은 더욱 골프 시즌 개막이 늦었다.

컨디션이 100%일 수는 없었다. 쌀쌀한 오전 날씨 속의 라운딩. 발동이 살짝 늦게 걸렸다. 전반에 가볍게 몸을 푼 세 감독들 중 맏형인 류중일 감독이 시동을 걸었다. 후반 라운드 시작하기 무섭게 2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김태형 염경엽 감독도 잘세라 버디 행진에 동참하며 라운드 막판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결국 세 감독은 명성 답게 모두 70대 타수를 기록하며 고수의 실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류중일, 김태형 감독은 나란히 2오버파 74타로 전체 참가자 중 두번째로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전반에 발동이 늦게 걸린 염경엽 감독도 후반 들어 제 페이스를 찾으며 이븐파를 기록하는 등 6오버파 78타를 기록하며 탑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야구인 골프대회 메달리스트(최저타) 출신 류중일 감독은 "최근 샷이 잘 안 맞았는데 오늘은 퍼팅 등이 괜찮았던 것 같다"며 야구인 골프대회와의 좋은 인연을 언급했다. 이날 2오버파를 기록한 류 감독은 3개의 버디로 참가자 중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하며 다(多)버디상을 받았다.

세 사령탑들은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 등 다양한 주제로 환담을 나눴지만 역시 야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올 시즌에 대한 회고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에 성공한 두산 김태형 감독과 두고 두고 아쉬운 시즌을 보낸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김태형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현승 스피드가 144㎞까지 나왔다"고 말하자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우승 경험이 풍부한 선배 류중일 감독은 "큰 경기에서는 깜짝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반면, 염경엽 감독은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뒷 조에서는 KT 위즈 이강철,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NC 다이노스 이동욱,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 등 1~2년 차 사령탑들이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맏형 이강철 감독이 리드했다. 구력을 자랑하며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비거리 킹은 손 혁 감독이었다. 미들 홀에서 그린 가까이 티샷을 떨어뜨리는 등 장타력을 선보였다. NC 이동욱 감독은 손 혁 감독의 장타를 설명하며 "부인이 누구신데요"라며 웃었다. 손 혁 감독의 아내는 프로골퍼 출신 한희원씨다. "허삼영 감독님은 구력이 길지 않은데도 투수 출신 답게 잘 치신다"는 이동욱 감독의 덕담을 건네들은 허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 실력이 워낙 출중하시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춘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