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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웃게 해드릴게요' 이상민 감독과 아이들, 반전 만드는 힘

"올 시즌에는 감독님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서울 삼성 공격의 중심' 이관희가 슬그머니 진심을 드러냈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이 모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치른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2쿼터 한 때 16점 밀리던 경기를 68대65로 뒤집었다. 파죽의 4연승. 삼성이 4연승을 달린 것은 지난 2016년 12월30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은 2017년 1월4일까지 6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뒤 이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 시즌 최하위(11승43패)에 머물며 줄곧 한숨을 내쉬던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이관희 역시 이 감독의 미소가 반가운 듯 했다. 그는 "지난 시즌 감독님께 정말 죄송했다. 올 시즌에는 감독님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허허 웃었다.

그렇다. 이 감독은 한동은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 감독이 한숨 쉬는 얼굴, 경기 중 선수들의 실책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 등이 '짤'로 돌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 시즌 준비 과정도 좋지 않았다. 야심차게 영입한 새 외국인 선수 닉 미네라스가 부상으로 이탈해 한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FA(자유계약) 시장에서 부족한 자원을 영입한 것도 아니었다. 삼성은 올 시즌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다. 실제로 삼성은 1라운드에서 단 2승을 거두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류가 바뀌었다. 삼성은 2라운드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7경기에서 6승(1패)을 쓸어 담았다. 하위권 후보의 반전. 이유는 복합적이다. 하지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이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보낸 6년의 시간이다.

지난 2014년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어느덧 여섯 시즌째 팀을 이끌고 있다. 현재 팀에서 주축으로 뛰고 있는 김준일 천기범 등은 이 감독이 신인 시절부터 키운 선수들이다. 이 감독이 "선수들이 어느덧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됐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고 놀라워할 정도다.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알게 됐다. 실제로 이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구성할 때 국내선수의 장점을 믿고 영입을 진행했다. 김준일의 골밑 능력을 믿고 외곽 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이관희에게도 공격을 보다 강조했다. 또한, 천기범 임동섭 장민국 등에게 역할과 책임감을 명확히 부여했다. 베테랑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감독은 "1라운드 끝난 뒤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김동욱이 '벤치에서 경기를 보다 후반에 처음 코트를 밟으면 잘 못 따라가겠다. 오히려 전반부터 뛰는 게 호흡을 트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가 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김동욱을 선발로 넣고 있다. 동시에 김동욱에게 리딩 능력을 살려 경기를 풀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선수들 역시 이 감독의 배려를 잘 알고 있다. 김준일은 "나는 내가 프로에 와서는 그냥 스크린 걸고, 외국인 선수를 수비하는 선수로 남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신인 시절부터 나의 공격적인 모습을 일깨워주셨다. 군에서 돌아온 뒤에는 외국인 선수 수비까지도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번 시즌에는 공격보다 팀, 대인, 2대2 수비 등에 대해 감독님께서 더 많이 일깨워주셨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관희는 "사실 감독님과 나의 플레이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드리블 뒤 일대일을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기다리라고 지시하셨다. 그런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슛을 잘 넣었다. 우선은 감독님 말을 잘 듣고, 나중에는 내 플레이도 섞어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한편, 삼성은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격돌한다. 이 감독은 "현대모비스가 트레이드를 한 뒤 팀 컬러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