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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재팬 통합' 발표…이해진-손정의 '동맹'의 노림수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자회사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총 이용자 수 1억3000만명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일본 내 인공지능(AI), 핀테크(결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통합 이후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인터넷 패권에 맞설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있다.

네이버는 18일 소프트뱅크와 라인,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의 경영을 통합하는 합의서를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양 사의 통합 방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50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조인트벤처가 Z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는 구조다.

향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 주식 전부를 취득하기 위한 공개 매수에 나선다. 전부 취득하지 못할 시에는 주식병합을 이용, 라인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전부 보유하는 회사로 만든 후 상장 폐지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날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다음 달 중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으로 AI(인공지능) 분야와 페이 시장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AI 분야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에서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 신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 10월 28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진행된 '데뷰(DEVIEW 2019)' 기조연설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기술 패권에 대항할 한국 중심의 '네이버 AI 벨트'를 만들 예정"이라면서 "네이버 AI 연구 벨트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핀테크 영역에서도 양측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일본 내에서 라인은 이용자 8000만명을 보유한 '국민 메신저'다. 라인은 이를 기반으로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LINE Pay)'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일본 시장에서 2위 검색엔진으로 꼽히는 야후재팬은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와의 공동 출자로 '페이페이(Paypay)'라는 결제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양사는 결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여 왔다. 일본 간편결제 시장 1위 업체인 페이페이의 회원 수는 1900만명에 이른다. 전기세나 수도요금과 같은 공공 서비스 요금 납부, 송금 등이 페이페이에서 모두 가능하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페이페이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시장 진출에 나서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일본 모바일 시장 플랫폼 최대 강자인 네이버 라인이 큰 걸림돌이었다.

라인 역시 중국 '위챗'과 같은 국민 앱으로의 성장을 노리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결제 서비스 점유율을 빼앗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인페이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페이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과도한 프로모션을 지속해 왔다.

양사가 통합하게 되면 이와 같은 출혈 경쟁은 사라지게 된다. 소프트뱅크에게 필요한 모바일 플랫폼과 라인이 필요한 페이 시장 점유율 확보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제 시장을 넘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 측도 "이번 경영통합이 핀테크 분야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통합이 진행되면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 라인, 포털인 야후 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 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 재팬넷뱅크 등을 모두 산하에 두게 된다. 일본 및 아시아 최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Z홀딩스는 이를 바탕으로 '무현금(cashless)' 시대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두 회사가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Z홀딩스의 경영권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 지 결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이후 경영 과정에서도 신 산업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와 구체적 사업 방식에 대한 의견 충돌도 있을 수 있어 양측이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결합과 관련해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최근 10년 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경제 협력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한국의 네이버가 50:50으로 포털·메신저·커머스·간편결제 등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회사를 공동 경영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회사는 시가총액 30조가 넘는 회사가 돼 일본 1위 인터넷 회사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