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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청룡영화상] 韓영화 100주년 열리는 유일한 영화 시상식, 청룡을 말하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청룡영화상이 40회를 맞았다.

청룡영화상은 국내 최초 심사위원의 심사표 공개 등 엄격하면서도 투명한 심사로 영화상의 격을 높였다. 영화인과 일반 대중이 흔들림없이 신뢰를 보내는 이유도 공정의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다.

특히 제40회 청룡영화상은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지상파를 통해 중계되는 유일한 영화 시상식이다. 축제의 문은 이틀 뒤인 21일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며, 마지막 카운트다운도 시작됐다. 청룡영화상이 견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역사를 되짚어보며 대한민국 간판 영화상으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봤다.

1963년 11월 30일,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과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제1회 청룡영화상은 과거 서울시민회관이라고 불렸던 세종문화회관에서 태어났다. 배우 김승호, 황정순이 최우수 배우로 첫 청룡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혈맥'을 제작한 한양영화사가 최우수작품상,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연출한 이만희 감독이 감독상, 배우 최남현, 최지희가 남녀조연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 열린 제7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배우 허준호의 아버지 고 허장강과 사미자가 각각 남녀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1년 시상식에는 최민수의 아버지 고 최무룡과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윤여정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1973년 영화법 개정으로 인한 스크린쿼터제 도입과 한국 영화 침체기로 중단된 청룡영화상은 17년 만인 1990년 12월 19일 제11회로 부활했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서막이었다.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는 1993년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99년 제20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이정재와 전도연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의 출발이 청룡영화상이 됐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가 된 '쉬리'의 연출자 강제규 감독 역시 그해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의 명감독으로 발돋움했다.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는 황정민이 남우주연상을 수상, 10여년의 긴 무명 시간을 훌훌 털고 첫 주연상의 영예를 안아 많은 감동을 안겼다. 특히 그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다"라는 '밥상 소감'을 무대에서 전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감동과 전율의 청룡영화상 무대는 2014년에도 계속됐다.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22만명의 스코어를 가진 독립영화 '한공주'의 주연을 맡은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받아 이변을 낳았다. 당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천우희는 "이렇게 큰 시상식에서 이렇게 작은 영화, 유명하지도 않은 내게 상을 줬다"며 오열해 배우 선·후배는 물론 영화 관계자, 대중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제36회 청룡영화상 역시 4만명이 관람, 총제작비 2억원으로 만든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연 이정현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흥행 스코어가 수상 기준이 아닌 오직 연기력, 작품성만으로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하는 청룡영화상의 공신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청룡 역사 최초 외국인 수상자도 탄생했다. 바로 '곡성'에서 외지인 역을 맡은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해외 배우들의 한국영화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내뿐만이 아닌 해외 영화인들까지 청룡영화상을 통해 재조명된 순간이었다.

청룡영화상 역대급 드라마를 만든 스타도 2017년 무대를 후끈하게 달궜다.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는 '범죄도시' 속 강렬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닦으며 "나는 조선족,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해 보는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해 시상식에서는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 당시 나이 만 76세 최고령 여우주연상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2019년, 제40회 청룡영화상에는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까. 각본은 없다. 영화인들을 위한 무대만 활짝 열려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