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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교훈 주고파'…'얼굴없는 보스' 천정명의 시대 역행 조폭 누아르 (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얼굴없는 보스', 시대를 역행한 조폭 영화의 나쁜 예가 등장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에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액션 영화 '얼굴없는 보스'(송창용 감독, 좋은하늘 제작).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얼굴없는 보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행복한 보스가 되고 싶었던 남자 권상곤 역의 천정명, 조직 보스의 히로인 정민정 역의 이시아, 책임감 강한 의리파 식구 박태규 역의 이하율, 보스의 히든카드 영재 역의 김도훈, 그리고 송창용 감독이 참석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리얼한 조폭 세계를 다룬 '얼굴없는 보스'는 겉은 화려하지만 내막은 파멸에 가까운 조폭들의 비참한 말로를 통해 그들의 세계를 비판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제작된 작품이다. 무려 9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얼굴없는 보스'에 참여한 배우와 제작진은 일반 조폭 영화에서 흔히 느꼈던 일회성 재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닌 현실적이고 비참한 조폭 세계를 재조명하고 청소년 관객과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선도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를 계속해서 어필하지만 정작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얼굴없는 보스'는 조폭 세계를 미화하는 기존의 조폭 영화와 다를 게 없었다.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에게 '얼굴없는 보스'는 그저 시대를 역행한 조폭 미화 영화에 불과했다.

특히 '목숨 건 연애'(16, 송민규 감독) 이후 3년 만에 '얼굴없는 보스'로 스크린에 컴백한 천정명은 그동안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멜로 연기로 쌓아온 '로맨스킹'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트린 틀에 박힌 조폭 연기로 실망감을 안긴다. '악마 조교' 수식어를 살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싶었던 천정명의 도전은 의미 있지만 진정성 없는 조폭 영화에 오로지 액션만 집중한 그의 선택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대목. 남성 영화 환상에 빠진 '악마 조교' 천정명의 스크린 컴백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비단 천정명뿐만이 아니다. 진이한, 이시아, 이하율, 김도훈 등 안방극장에서 활약을 펼친 이른바 '대세' 배우들이 '얼굴없는 보스'를 통해 보여준 행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이날 천정명은 "오래 전 촬영한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하게 됐다. 역대급 연기까지는 아니지만 배역에 맡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기존 작품과 달라 좋았다. 평소 누아르 장르를 좋아했고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도전하게 됐다. 그동안은 로코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했다. 장르상 캐릭터에 맞춰야 해서 동글동글한 연기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야 해서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더구나 복싱선수 출신이라 체중은 물론 액션 연습도 많이 했다. 왠만한 액션 연기는 대역 없이 직접 했다. 강도 높은 훈련 때문인지 촬영할 때는 힘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실화를 반영한 작품인데 일반 사람과 조폭들의 삶이 한끗 차이더라.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착하게 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도소 촬영을 했는데 촬영만으로도 답답하더라. 좋은 경험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착하게 사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시아는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며 "기존의 조폭 영화가 많이 멋있게 표현되고 우리 영화처럼 비극적이지는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전과 다른 조폭 이야기인 것 같았다. 많은 분이 우리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것 같았다. 또 캐릭터를 통해 연기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이 작품을 통해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창용 감독은 "오늘(14일) 수능날이다. 실제로 내 딸이 오늘 수능을 보는데, 개봉할 때가 되면 내가 그 기분을 느낄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영화를 투자해준 어르신이 있다. 그분께서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조폭 미화를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얼굴없는 보스'를 만들게 됐다. 우리 영화를 통해 조폭의 말로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영화 속에 나오는 사건은 대부분 실화다. 또 사형 신이 있는데 실제 과거에는 사형이 집행됐다고 하더라. 조폭들 이야기를 다루는게 시대별로 다른 것 같다. 지금도 지하세계에 조폭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2000년대 초의 조폭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돈보다 의리, 가족, 우정이 끈끈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돈이 중시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조폭 세계를 다루는데 의리를 많이 다루려고 했다. 기존 한국의 조폭 영화를 보면서 현실적이지 않고 주인공만 멋있게 나오는 영화가 많았다. 그게 또 흥행이 많이 도기도 했고 그런 부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간의 비현실적인 부분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 작품의 가족적인 드라마를 많이 봐주길 바란다. 최대한 조폭 미화를 자제하려고 했고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하려고 했다"며 영화 속 조폭 미화 장면에 대해 해명했다.

'얼굴없는 보스'는 천정명, 진이한, 이시아, 이하율, 곽희성, 김도훈 등이 가세했고 '구세주: 리턴즈' '캠퍼스 S 커플'의 송창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