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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병동' 이끄는 석진욱 감독, 초보 사령탑의 첫 위기 극복이 시작됐다

[안산=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잘 나간다.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 팀 지휘봉을 잡았는데 소위 '초보 감독'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난 6년간의 수석코치 생활이 큰 자산이 된 모습이다. 이날을 위해 묵묵히 쌓은 내공을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은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3일 삼성화재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로 제압하고 2위를 유지했다. 선두 대한항공(6승2패·승점 17)과 승점과 승수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득실률(대한항공 1.900, OK저축은행 1.667)에서 뒤져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그래도 삼성화재와의 2~3위 대결에서 승리하며 격차를 벌렸다.

석 감독은 무엇을 변화시켜 끈끈하게 팀을 바꿔놓았을까. 보이지 않는 범실 줄이기다.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보다 9개가 많은 32개의 범실을 했다. 사실상 한 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를 0-7로 시작한 꼴이지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 중 서브 범실이 18개나 됐다. 석 감독은 "범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헌데 서브에 대한 범실을 줄이다 보면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승리 확률도 떨어진다. 서브 범실을 줄여야 하는 건 맞다. 다만 기록적으로 나오지 않는 범실은 확실히 줄었다"고 분석했다.

석 감독이 현역시절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에게 배운 노하우를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석 감독은 "내가 배웠던 것이 그것(보이지 않는 범실 줄이기)이다. 코트 안에선 다 같이 움직이고 준비가 돼야 한다. 소위 '놀다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준비가 안됐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신뢰가 깨진다. 올 시즌에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상대에게 분위기를 잘 넘겨주지 않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석 감독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다. 주축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주전세터 이민규는 최근 우리카드전에서 무릎 통증을 호소해 교체됐다. 비시즌 왼무릎 연골 관절경 수술을 받은 곳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 부활한 주포 송명근은 종아리 근육 상태가 좋지 않다. 조금만 한계를 벗어나면 '피로골절'까지도 찾아올 수 있다. 여기에 외국인 공격수 레오가 지난 13일 종아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검진 결과 오른발 족저근 일부 손상 소견을 받았다. 3주의 공백이 예상됐다.

부상병동을 이끌고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건 석 감독의 철저한 관리와 선수들의 의지가 결합돼 있다. 석 감독은 "이민규는 워낙 선수들과 스피드가 맞는다. 공격수들과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선수들이 안정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석 감독은 삼성화재전에서 곽명우가 2세트부터 흔들리자 5세트를 대비해 이민규 카드를 3세트부터 꺼내 들었다.

석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선수의 몸 상태를) 잘 만들었는데 한쪽이 빠지면서 반대쪽도 부상이 오더라. 경기장도 넓어지니 움직임의 범위가 넓어져 부상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대비해야 한다. 사실 의욕적으로 하다가 부상당한 이가 레오다. '우리 팀에 이제 맞네'라고 느끼는 순간 부상이 오더라"며 웃었다. 다행인 건 레오는 지난 12일부터 점프를 시작했고, 1~2경기 안에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OK저축은행에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석 감독은 "송명근은 피로골절까지 얘기가 나온다. 내가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는데 숙소에 와서 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잘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자칫 잘못하면 공든 탑이 부상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안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