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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김성재 동생 김성욱 '형 사망 사건, 미제해결팀 의뢰계획'(인터뷰)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고 김성재의 동생인 김성욱이 입을 열었다.

김성재는 1995년 11월 20일 숙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용의자는 그의 여자친구 A씨였다. 그러나 A씨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며 김성재의 사망 사건은 수많은 논란 속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리고 군 복무 도중 비보를 전해들었던 김성욱은 아직 형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 당시에도 김성재가 생전 입었던 의상과 모자 등의 소품을 그대로 착용한 모습이었다. 김성욱은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재 사망 사건은 아직도 전국민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듀스 해체 이후 '말하자면'을 발표하고 솔로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던 김성재였기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특히 김성재의 오른팔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다. 고인의 시신에서는 강제투약을 거부하거나 반항한 흔적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른손잡이인 김성재가 오른팔에 주사를 꽂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또 A씨가 고인의 시신에서 검출된 졸레틸50 한 병을 동물병원에서 구매한 사실이 있고, 김성재에게 심한 집착을 보였다는 주변 진술도 이어졌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CCTV나 주사기와 같은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고, 김성재가 마셨던 것으로 추정되는 맥주가 남아있던 것도 버리는 등 초동수사에 큰 결점을 드러냈다.

"당시 형이 밀러 맥주를 좋아했다. 밀러 폰트를 좋아해서 뚜껑을 모았고, 나와 친구들에게도 뚜껑을 가져오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형이 마시던 맥주 반이 남아있었던 걸 형사들이 버렸다. 숙소에 사복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지 않나. 경찰에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 미제사건은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도 할 말이 생긴 거다. 미제해결팀에게 의뢰할 수 있는 때가 됐다."

김성재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 집중 취재에 들어가며 관심을 받았다. '그알'은 8월 3일 김성재 편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 측은 명예 등 인격권을 보장해달라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황당한 결과에 대중은 분개했다. 대중은 '그알' 김성재 편을 방영하게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을 진행했다. 김송 채리나 등도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해당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이끌어내며 청와대의 답변을 받아냈다. 법원의 결정으로 청와대의 권한 밖이라는 아쉬운 답이었지만, 김성욱은 이 사태를 지켜보며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내가 회장을 맡은 '늘 함께 성재'에서 QR 코드를 만들어 바로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게 하고 채리나, 박진영 형도 전화하셔서 도와주셨다. 계속 청원인이 늘어나서 신기했는데 20만명이 넘어갔다. 이렇게 성재 형을 걱정하고 기억하고 사건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나한테는 방탄조끼 같았다. 오히려 A씨에게 고마울 정도다. '그알'이 13년 만에 처음 방송이 중단되다 보니 젊은 세대가 형의 사건을 오히려 더 잘 알게됐다. 젊은 친구들한테도 성재 형이 이렇게 멋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데 '그알'이 그걸 알려줬다. '그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멋있다'는 층도 생겼다."

김성욱은 희망을 갖고 '그알' 방송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분들의 명예나 알아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는 방송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방송을 안해도 원망은 없다. 이제는 분노를 진정하고 성재 형이 얼마나 멋있었던 사람인지만 남았으면 좋겠다. 집에 불도 한번 나고 물난리도 한번 나고 해서 소실된 것도 많지만 남은 유품도 있다. 전시를 꾸려보거나 성재 형의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다시 상기시키고 나누는 걸 해나가려고 한다. 왜 성재 형을 좋아했는지에 집중하자는 거다. 최근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형이다. 펭귄한테 보여줘도, 북극곰한테 보여줘도 좋아할 거다."

형을 위한 첫 번째 스텝은 추모곡 '소나기'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사실 '소나기'는 3년 전 만든 곡이지만 당시에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곡이 지금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류건하의 작곡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만남과 이별, 생과 사의 허무에 대한 가사로 김성욱의 마음을 풀어냈다. 한바탕 쏟아내고 비워낸 뒤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그리고 그것이 쉽지 많은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담담하게 담았다. 김성재-김성욱의 모친이 직접 손글씨를 쓰고 가족 사진으로 재킷 사진을 만들었다.

"처음 죽음을 알려준 건 성재 형이지만 사별도 했고 주변에서 유독 많은 죽음이 있었다. 죽을 생각도 많이 했고 완전 바닥으로 내려가서 삶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죽음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다 보니 거꾸로 삶이 보였다. 내가 맨날 성재 형을 생각한다고 형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나만 괴롭다. 작은 것들부터 좋은 것들을 보게 되니까 좋은 것이 많아졌다. 도와주신 분들께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했는데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

많이 내려놓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김성욱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도 형의 진실을 놓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재 형이 있었다. 그런데 심장을 뜯긴 거다. 그 자리는 영원히 채워질 수 없다. 내 인생 형태는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심적 장애가 생긴 거다. 그래도 가족이 나에게 많은 힘을 준다. 성재 형의 일을 계속 이야기하는 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도 있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다. A씨가 어떻게 살든 나와는 관계없다. 어머니의 아픔을 덜어드리고 싶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싶다. 마침표가 없으니 그 다음이 없다. 만약 A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이라도 뭔가 마침표가 있어야 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