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초점] 1%대 충격 '날 녹여주오' 어설픈 복고로 잃은 시청자, 로맨스로 잡을까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날 녹여주오'가 tvN 주말극 역사상 첫 1%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급히 회복세를 되찾았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1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날 녹여주오'(백미경 극본, 신우철 연출) 7회는 1.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충격적인 수치는 현재까지 방영됐던 tvN 토일드라마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이자, 처음으로 1%대까지 추락한 악몽이다. 2017년 tvN이 토일드라마를 편성하기 시작한 이후 기록한 최저 시청률에 해당한다. 당시 '변혁의 사랑'이 2.4%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긴 바 있지만, 스타 작가와 스타 연출자, 스타 배우가 모인 드라마에서 1%대 시청률이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 수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날 녹여주오'는 20일 방송된 8회를 통해 2.4%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이 역시 저조한 시청률에 해당한다. 앞서 기록했던 최저 시청률을 모두 뒤엎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 셈. 지창욱의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이자, 스타작가 백미경 그리고 '신사의 품격'과 '구가의 서' 등을 연출하며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았던 스타 연출자 신우철 PD가 함께한 작품이던 기대작 '날 녹여주오'는 왜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을까.

기대작이던 '날 녹여주오'는 방영 전부터 지창욱의 복귀작인 점을 강조하며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펼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1990년대의 설정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며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자주 봐왔던 복고풍 설정들도 심심찮게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탑골'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듯 복고풍은 성공의 지름길로 손꼽히곤했으나 '날 녹여주오'는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는 설정들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극 초반 90년대 스타일링을 보여줘야 했던 배우들은 카메오로 출연했던 배우들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홍기와 차선우, 송지은, 병헌 등이 통바지와 큰 머리띠, '홍합에 물린' 앞머리 등을 선보이고 있을 때 타임슬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정도로 지창욱의 스타일링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슬랙스에 투블럭 헤어스타일 등은 20년 만에 깨어난 마동찬(지창욱)이 아닌, 어제 밤 자고 오늘 아침 나온 스타 PD 마동찬의 모습 그대로였다.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20년 뒤 깨어난 설정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사용법도 모르고,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도 모르는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내야 했지만, 현대적인 스타일링 때문에 '이상한 소리를 하는' 주인공으로만 보여지니 '날 녹여주오'가 처음 생각했던 설정은 아니었을 것.

이로 인해 집중력을 잃은 시청자들은 '날 녹여주오'에 대한 흥미를 점점 놓쳐갔고, 전개 역시 심심하니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쯤에서 하차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늘은 조금 낫겠지'라는 믿음 아래 드라마를 감상하려 노력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이어지는 전개와 설정 등이 없다 보니 흥미를 잃는다는 것. 게다가 판타지극 속 완전히 잃어버린 개연성이 시청자들을 극 밖으로 밀어내는 중이다. 여주인궁인 고미란(원진아)이 약을 챙겨오지 않는 등의 일차원적인 설정은 보는 이들에게 '유치하다'는 반응만 보이게 할 뿐이었다.

백미경 작가의 장점이던 초반 속도전은 '날 녹여주오'에서는 찾을 수 없다. 초반 극적인 전개를 통해 휘몰아치는 스타일을 유지했던 백미경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속도감을 잊은 전개로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빵빵' 터지는 복고 웃음도 없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수순. 이 때문에 '날 녹여주오'는 시청률의 하락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1회와 2회가 각가 2.5%와 3.2%를 기록하며 출발한 것도 아쉬운 성적임이 분명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절반의 시간을 보내온 '날 녹여주오'는 이제 주인공인 마동찬과 고미란의 러브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에 와있다. 후반부를 이들의 러브라인으로 채우며 집나간 시청자들의 민심을 돌려보겠다는 심산. 복고로 잃은 시청자를 로맨스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