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초점]故 설리 잃은 크리스탈&아이유, 악플에 또 상처…'조문 인증' 강요하는 사회(종합)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故) 설리(25·최진리)를 잃은 절친과 동료들이 쏟아진 악플에 두번 상처를 입었다. SNS 애도, 조문 인증이 뭐 그리 중요한 걸까.

조문(弔問)이란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며 예의를 표하는 절차다. 작게는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갖는 것, 크게는 빈소를 찾아 헌화나 분향을 하고, 상주 등 유족의 안부를 묻는 일이다. '다녀왔음'이란 공개적인 표시를 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설리의 장례식은 17일 발인을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후폭풍은 계속됐다. 에프엑스 멤버들 중 조의를 표한 엠버와 뮤지컬 '맘마미아' 출연을 중단한 루나의 소식은 비교적 빠르게 알려졌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촬영중이던 빅토리아의 근황은 뒤늦게 전해졌다.

또 설리의 절친들 중 구하라는 SNS를 통해 설리와의 추억을 되새겼지만, 따로 조의를 표하지 않은 아이유, 크리스탈에겐 악플이 쏟아졌다. 아이유의 경우 설리의 소식 이후 11월 발매 예정이었던 새 앨범 '러브 포엠'의 프로모션 일정을 전면 중단했음에도 이 같은 비난에 직면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설리의 장례를 외면할리 만무하다. 갑작스런 비보에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정상적인 현실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구나 SNS 추모는 각자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알고보니 아이유와 크리스탈은 3일 내내 빈소에 함께 하며 고인의 곁을 지켰다. 빅토리아는 드라마 촬영을 중단하고 빈소를 찾았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에프엑스 멤버들은 발인식까지 참석해 설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지금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의 SNS 라이브를 진행했던 구하라도 17일 오전 입국, 설리의 납골당 안치식에 참석했다. 다수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식구들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이처럼 오해 가득한 악플에 빅토리아는 17일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다른 사람 인생에 함부로 말하지 마라. 선의의 조언과 경고라도, 선 넘지 말라. 글은 올리고 싶으면 올리고, 싫으면 올리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지지 않는 말. 추측 그만해라. 루머 만들지 마라. 본인 인생이나 더 신경쓰고, 시간 낭비 말고 나가서 산책이나 하라. 자격 없는 말 대신 선한 마음을 가져라"라고 뜨거운 속내를 토로했다.

악플은 설리의 전 연인인 최자도 가만 놓아두지 않았다. 헤어지긴 했지만, 설리와 3년 넘게 연인으로 함께한 최자보다 가슴아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자는 결국 설리를 그리는 애도글을 남겼고, 어김없이 악플이 쏟아졌다. 가수 김C의 추모에는 '설리와 만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추모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설리 관련 일로 악성 댓글을 퍼붓는 이들은 설리의 팬이 아닐 것이다. 설리야말로 어린 나이에 각종 루머와 악플로 인한 마음 고생을 겪은,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배우 신현준, 공효진, 남태현, 걸스데이 민아 등은 설리에 대한 조의를 표하면서도 악플러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악플러 발본색원을 위한 강경조치를 선포하기도 했다.

설리는 14일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17일 발인과 함께 영면에 들었다.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설리의 장례와 발인은 현장 취재는 물론 조문객들에 대한 사진 촬영도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다. 평소처럼 조문객 취재가 이뤄졌다면, 아이유나 크리스탈 등의 조문 여부는 쉽게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다면, 악플러들은 '장례식 취재라니 사람이냐'며 취재진을 욕했을 것임도 자명한 일이다.

조문과 애도, 추모는 각자의 몫이다. 하물며 알지도 못하면서 쏟아내는 악성 댓글은 고인을 두번 세번 모독하고, 절친을 잃은 상처에 겹상처를 더하는 꼴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