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초점] KBS, 상반기 665억원 적자..그럼에도 '드라마스페셜'이 필요한 이유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드라마 시장이 축소되는 이 때, '단막극'은 왜 필요할까.

중견배우 정동환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사옥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최자원 극본, 김신일 연출)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축소되는 드라마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어느 때부터는 좋았던 정통사극도 없어지고, 단막극도 없어지고, TV문학관도 없어졌다.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KBS에서 이렇게 좋은 방송(드라마스페셜)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로 오랜만에 KBS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정동환이 말한 대로, 최근 드라마 업계에서는 대하사극에 해당하던 정통사극과 TV문학관, 단막극 등이 사라지는 추세다. 정기적으로 방송을 해왔던 단막극은 사라졌고, 파일럿 형식의 '땜빵용 드라마'만 남았다. 게다가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등도 축소하는 추세다 보니, 배우들이 가치있는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 정동환은 이에 대해서도 입을 열며 드라마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정동환은 "KBS는 참 좋은 방송국이고 전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 KBS는 예전부터 공영방송으로서 거시적인 내셔널와이드를 지키는 방송이다. KBS의 드라마적 사고방식은 좋은 방식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 뭔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방송"이라고 칭찬했다.

사실상 단막극에 해당하는 드라마스페셜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작품은 아니다. 반대로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만드는 드라마들인 것. KBS는 드라마스페셜을 선보이며 "신한류의 최전선에 서있는 드라마 시장에 신인 작가와 연출이 데뷔하는 주요 통로"라며 "지금껏 KBS 단막극에 담아온 상업성에 매몰되지 않는 공영성의 가치를 올해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전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방송된 드라마스페셜에는 신인 작가들을 포함해 세 명의 신인 연출자가 등장해 입봉작을 만났다.

특히 국내 방송사들 중 유일하게 단막극을 지켜오고 있는 KBS는 "국내 유일의 단막극 시리즈이자 KBS의 자존심"이라며 드라마스페셜을 표현했다. 장편 미니시리즈 등에는 쉽게 담기지 않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방송되는 중이다. 지금까지 집, 노인, 이사, 댄스, 취업, 죽음 등 다채로운 이야기 소재들을 극 속에 담아냈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신인 감독,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단막극을 만들어내며 KBS는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방송가의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KBS도 단막극을 이어나가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는 중. 그동안 SBS와 MBC가 월화드라마 편성을 멈추고 시간대를 바꾸는 노력을 하는 동안에도 현상유지를 외쳤던 KBS도 드라마 편성 시간을 50분으로 줄이자는 논의가 제기되는 등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KBS의 올해 상반기 적자는 655억원이다. MBC의 445억원 적자에 비해서도 규모가 큰 편. 이 때문에 드라마 편수를 줄이자는 내부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중견배우인 정동환은 단막극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작품(단막극)은 배우가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감사하게 느끼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진짜 잘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라며 "미니시리즈가 70분씩 20부작이니 단막극 한 편에는 20분의 1의 시간과 돈을 쓴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조금 더 좋은 작품, 다른 방송국과 어디서도 만들 수 없고, 또 어디에 내놔도 되는 작품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싶다. 그나마라도 KBS가 유지하고 있는데, 제가 하는 일이 제 아이들에게도 '이것 좀 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을 경제적인 논리에 빠져, 그런 잣대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제작에 대한 여건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정동환은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노인 빈곤층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간만에 뭐 좀 한 것 같다"던 정동환이 출연한 '그렇게 살다'는 수년째 노인 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답지 않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그린 드라마다. 한평생을 강력계 형사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궁지에 몰린 노인 최성억(정동환)의 이야기를 통해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렇게 살다'는 18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