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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1866경기-378홈런' MLB스타 윌리엄스는 KIA를 어떻게 바꿀까

[인천공항=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IA 타이거즈의 새 감독으로 맷 윌리엄스가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야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그만큼 그는 익숙한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 중 한명이다. 그동안 숱한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과 제리 로이스터, 트레이 힐만 같은 감독들이 한국에 입성했지만, 그중에서도 선수 시절 커리어만 놓고 봤을때 윌리엄스는 압도적이다.

대학 졸업 후 198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라운드, 전체 신인 가운데 3번이라는 최상위픽을 받았다. 이후 8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89년 18홈런으로 데뷔 후 첫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풀타임 3루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90년에는 33홈런을 터드렸고, 93년 38홈런, 94년 43홈런으로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94년 내셔널리그 홈런왕, 91년 리그 홈런 2위, 93년 리그 3위 등 거포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98년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창단 멤버로 뛰었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커리어는 화려하다. 빅리그에서만 1866경기를 뛰었고, 7000타수를 소화했다. 1878안타-378홈런-1218타점. 통산 타율 2할6푼8리. 총 5번의 올스타(90,94,95,96,99) 선정과 4번의 실버 슬러거(90,93,94,97), 4번의 골드글러브(91,93,94,97)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2번(95년 5월, 99년 4월) 수상했다.

김병현이 애리조나에서 뛸 때 팀 동료로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그는 당시 애리조나의 4번타자였다. 99년에는 애리조나 구단이 선정한 시즌 MVP였고,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많은 공헌을 했다.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준할 정도의 내셔널리그 레전드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도 쉬지 않고 있다. 애리조나 1루 코치부터 시작해, 2014~2015시즌에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이었다. 2014년에는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워싱턴과의 인연은 2년만에 끝이 났지만, 이후로도 애리조나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3루코치로 활약했고 KIA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오클랜드에서 계속 코치 생활을 하거나 MLB 내 타팀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른 상태였다.

그만큼 거물급 인사가 타이거즈의 새 사령탑이 됐다. 팀 체질과 선수단 분위기 자체를 바꾸겠다는 KIA 구단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 KIA는 총 2차례 통합 우승을 기록했다. 10~20년이 훌쩍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한 팀들과 비교하자면 최근 우승에 대한 진한 추억이 있는 팀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문제는 우승 이후였다. 2009년 우승 당시에도 이후 팀 성적과 전력 유지에 실패했고, 2017년 우승을 하고도 선수들의 개인 성적 뿐 아니라 팀 성적도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두산 베어스나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처럼 최근 '왕조'라고 불렸던 팀들은 모두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낸다. 한번 우승을 하면 최소 2~3년 이상 상위권 성적이 유지되거나, 연속 우승을 하며 비슷한 전력 균형을 이어갔다. 하지만 KIA는 달랐다.

KIA 구단이 외국인 감독으로 눈을 돌린데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뿌리부터 다시 다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KIA의 유망주들이나 구성원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타팀 감독이나 코치들도 젊고 잠재력 있는 KIA의 유망주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만, 잠재력 높은 선수들이 빠른 시간 내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지금같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2017년 우승 당시를 곱씹어봐도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왔다기보다는, 베테랑과 외국인 선수들, 성공적인 트레이드 그리고 일부 주전 선수들의 '커리어 하이'가 보태지며 거둔 결과였다. 말 그대로 기적같은 우승이었다. 그러나 밑둥부터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은 우승은 이듬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때 가장 바라는 부분은 지금까지의 악습들을 버리고, 미국 야구의 좋은 점들을 받아들여 기존에 팀이 가지고있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KIA는 올해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전체적으로 벤치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인 윌리엄스 감독은 이런 부분들까지 흡수해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팀을 만들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인천공항=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