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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아직 못 보여준 매력多'…'쓰랑꾼' 유태오가 '버티는' 이유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내 한계에 도전하고 있어요. 아직도 못 보여준 게 많아요."

고공 감성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 제작)에서 서영(천우희)의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 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38). 그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버티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 그리고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담은 '버티고'.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부산을 뜨겁게 달군 '버티고'는 도심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빌딩숲, 고층 빌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도 발생하는 극한 감정 속 버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위로를 전했다.

특히 '버티고'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받은 영화 '레토'(19,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유태오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끌었다. 최근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SBS 드라마 '배가본드' 등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버티고'에서 출중한 능력과 외모를 가진 것은 물론 연인에게 한없이 다정한 면모까지 갖췄지만 숨겨야만 했던 아픔을 가진 남자 진수로 변신, 높은 싱크로율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스포츠조선과 만난 유태오는 '버티고'의 멜로 감성에 빠져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간 멜로에 대한 취향이 이제는 로망으로 변한 것 같다. 그 말이 한편으로는 한국영화에서 내가 생각했던 멜로가 더이상 없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면 비디 오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빌려 한국영화를 봤다. 그때 당시 좋아했던 장르가 멜로였다. 2000년대 전까지 많은 멜로 영화가 있었다. 그 이후는 파워풀한 한국영화, 한국영화의 뉴웨이브라고 불리는 장르가 계속 나오더라.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접속'(97, 장윤현 감독) '편지'(97, 이정국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98, 허진호 감독) 등의 멜로 영화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편지'의 마지막 독백 대사를 기억하고 좋아한다. 연기 오디션을 볼 때 항상 그 대사로 연기하기도 했다. 과거의 한국 멜로 영화는 순수하고 로맨틱한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멜로에 젖는 것 같다. 그런 영화에 항상 출연하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버티고'가 그랬다. 정통 멜로는 아니지만 특유의 한국 멜로 영화의 향기가 있었다. 갈증이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많이 풀 수 있었다"고 애정을 전했다.

또한 '버티고'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흔히 영화에서 안타고니스트나 나쁜 남자 같은 캐릭터는 사실 면밀하게 들어가보면 스스로 나빠지고 싶어서 나빠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나빠지게 된 상황과 사연이 있고 또 갈등의 감정 처리가 투명하지 못해 안타고니스트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상황 안에서 주관적으로 진수를 접근했을 때도 자신만의 사연과 힘들어하는 지점이 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서영이 주인공이라 서영의 입장에서는 진수가 대상화가 되는데 반대로 진수의 입장, 세계관에서는 반대로 서영이 진수와 같은 대상이 된다. 진수에겐 서영이 동질감이 될 수 있고 힘이 될 수도 있다. 또 진수가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사람이다. 스스로 진수를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진수의 캐릭터에 대해 '쓰랑꾼(쓰레기 사랑꾼)'이라는 표현에 "'쓰랑꾼'이라는 표현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 이 캐릭터에 대해 전계수 감독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장면 안에서 최소한 보여주는 신에 진수의 갈등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다 했지만 만약 관객이 단순한 나쁜 남자로 보면 결과적으로는 내 숙제를 못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독 교포 2세인 유태오는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과 영국으로 넘어와 연기 공부를 이어갔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다. 지금의 유태오,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녹록하지 않았던 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유태오는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과거에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나서 그 이후 3년간 정말 많이 힘들었다.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내가 원하던 일들이 생각대로 안 풀리면 풀릴 때까지 스스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나? 그럼에도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때 정말 버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때의 경험이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배울 수 있고 또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해 도를 닦았던 시절이라고 할까? 숙성도 되고 또 칼도 갈았다. 물론 내려놓은 순간도 있었다. 지금 말한 표현들이 다 맞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 버틴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내게 연기는 도전 정신이었다.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를 제외하고 작품 안에서 중·조연을 맡은 것은 '버티고'가 처음이었다. 내게 가장 큰 고민이 한국말 수준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버티고'는 관객에게 부정적인 느낌은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 만족한다"고 웃었다.

이어 "'레토'가 영화제를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됐고 그 이후에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캐스팅 콜이 들어왔다. 지금의 소속사와 약속한 지점도 무조건 일을 많이 하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 인지도를 올리는 시간이다.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어디까지 할 수 있냐 스스로 도전 정신이 있다. 그래서 내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아직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 안에서 해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스스로 놀랍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못 보여준 게 많은 것 같다. 내가 딱 생각하는 만큼의 단계로 간 것 같다. 이제 다음 단계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그게 한국어 대사가 많은 캐릭터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멜로 호흡을 맞춘 천우희에 대한 극찬과 애정도 빠지지 않았다. 유태오는 "예전에 몇 번 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면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딱 그 모습의 털털한 천우희가 있었고 또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다. 특히 현장에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다. 평소 털털한 성격인 건 알았지만 놀랄 정도로 '정말 똑똑한 배우'라는 지점을 보게 됐다. 게다가 똑똑한 만큼 감수성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고 잘 전달하는 배우다. 옆에서 많이 배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우희와 첫 촬영부터 키스신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는 유태오는 "물론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다행히 첫 촬영 마지막 신에 키스신을 촬영했다. 키스신에 앞서 열정적으로 고기를 굽는 장면이 먼저였는데 그 장면을 통해 몸을 많이 움직였고 자연스레 긴장도 많이 풀리더라. 그럼에도 키스신 첫 테이크 때는 많이 떨렸지만 천우희와 긴장을 풀면서 프로페셔널하게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여자가 창밖의 로프공과 마천루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이 가세했고 '러브픽션'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6일 전야 개봉 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