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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한국인 FA 고객 류현진, 스캇 보라스는 또 수완을 발휘할까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악마' 또는 '악의 축'으로 불리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67)는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으면 보라스와 손을 잡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처럼 아예 시작부터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는 한국 선수들도 많다.

보라스의 첫 번째 한국인 고객은 박찬호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초창기 재미동포 사업가인 스티브 김을 에이전트로 뒀다. 스티브 김은 박찬호가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인 1997년 14승을 거둔 직후 다저스와 협상을 벌여 2년 300만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후 박찬호가 매년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주목받는 스타로 성장하자 2001년 1월 에이전트 권리를 보라스에게 넘겼다. 당시 알렉스 로드리게스, 배리 본즈, 마크 테셰이라, 앤드류 존스 등 슈퍼스타를 거느리고 있던 보라스는 박찬호의 스타성을 십분 이용해 협상의 귀재로서 그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갔다.

그는 박찬호를 맡자마자 연봉 990만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내며 당시 1년 계약 투수로는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1년 말 박찬호가 FA가 되자 보라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찬호가 만들어간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로 구체화한 이가 바로 보라스다.

추신수 역시 보라스를 앞세워 돈방석에 앉았다. 2013년 12월 신시내티 레즈에서 FA로 풀린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추신수의 통산 성적을 감안했을 때 계약기간과 금액 모두 예상을 웃도는 규모였다. 추신수의 출루율과 전천후 활용가치 등 세부 지표를 앞세워 협상을 벌인 보라스의 수완이 이룬 결과다.

류현진은 FA 자격을 갖춘 한국인 선수로는 보라스의 세 번째 고객이다. 보라스는 이미 류현진의 몸값을 두고 다저스와 한 차례 협상을 벌인 바 있다. 류현진이 2012년 시즌을 마치고 KBO리그를 떠날 때였다. 보라스는 그해 12월 6년 3600만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메이저리거 신분을 유지하면서 다저스에서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류현진의 바람을 계약 내용에 그대로 담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다저스와 보라스 간에 협상이 열리지는 않았다.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류현진이 받아들여 1년 1790만달러 계약이 자동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오프시즌 보라스가 류현진을 놓고 협상의 기술을 진정으로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7년 전과는 달리 특정 팀과의 협상이 아니라 다자간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오가는 정보와 뉴스도 넘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라스는 아직 이번 협상과 관련해 류현진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보라스는 지난해 후반기 류현진이 부상에서 돌아와 건재함을 과시했음에도 한 시즌 더 건강한 모습으로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그 가치가 몇 배에 이를 것이란 논리로 다저스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스의 기대와 계획은 올시즌 그대로 들어맞았다. 류현진은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9경기에 등판해 182⅔이닝을 던져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마크,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등 사이영상을 다툴 최정상급 실력을 보여준 만큼 협상에서도 만족스러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보라스가 FA 협상을 벌여야 할 고객은 류현진 뿐만이 아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게릿 콜, 워싱턴 내셔널스 스테펜 스트라스버그와 앤서니 렌던 등 '덩치 큰' 선수들이 많다. 류현진의 협상 순서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따라 몸값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보라스가 류현진의 FA 협상을 놓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이번 오프시즌 최고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