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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0 대승' 보다 더 빛난 것은 '과정'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8골이라는 결과도 결과지만, 그 보다 더 빛난 것은 과정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2차전에서 8대0 대승을 거뒀다. 지난 9월 A매치를 통해 벤투호에 뒤늦게 데뷔한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이마와 발을 사용해 무려 4골을 폭발했고,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A매치 5연속 무득점 흐름을 끊고 멀티골을 꽂았다. 기세 좋은 황희찬(잘츠부르크)과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 한 골을 보탰다. 8대0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최다골차 승리로, 2015년 9월3일 라오스전 8대0 승리 이후 A매치에서 기록한 최다골이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2대0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2전 전승으로 단숨에 H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황의조 김영권 김승규 등 주전급 선수 다수를 아끼면서 승리를 거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사실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02위 스리랑카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승리는 당연한 결과, 오히려 몇골을 넣을지가 더 큰 관심사였다. 부임 후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전 4대0 승리 이후 시원한 승리가 없었던 벤투호기에 스리랑카전은 기회이자 위기였다. 대승을 거둔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고, 그렇지 않다면 밀집수비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눈여겨 볼 것은 스리랑카전을 준비하는 벤투 감독의 태도였다. 벤투 감독은 어찌보면 집요할 정도로 그간 이어온 철학을 강조했다. 김신욱이라는 확실한 높이를 앞세운 지름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을 소유하고, 패스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사실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단순화다. 복잡하면 오히려 자기 꾀에 넘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과거 한국이 아시아 약체들을 압도했던 것은 특급 윙어와 특급 스트라이커를 극대화한 단순한 전술의 힘이 컸다.

물론 대단히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내기는 했지만,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를 상대로도 그간 연습하고, 준비한 카드를 꺼냈다. 김신욱을 향한 롱볼, 측면 공격수들의 무리한 1대1 돌파는 없었다. 모두 측면을 중심으로 한 부분 전술을 통해 골을 만들어냈다. 스루패스, 리턴패스, 컷백 등 약속한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페널티킥골을 제외하고 모두 도움이 나왔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스리랑카의 개인능력, 조직적인 압박 등이 약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선수들 전체가 팀으로서 골을 만드는데 관여한 부분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후반 교체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일괄된 기조를 이어간 것도 칭찬받을 부분이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벤투호는 분명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팀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그리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