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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MVP]가을의 눈물은 잊었다, 준PO는 '박병호 시리즈'였다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14년 박병호는 KBO리그 최고의 거포였다.

그해 박병호는 무려 52개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 타점왕, 골든글러브를 쓸어담아 전성기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소속팀도 승승장구했다. 박병호를 중심으로 '201안타' 서건창과 유한준, 강정호가 이끌었던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넥센의 '핵타선' 중심에 서있는 박병호를 향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1타수 2안타 무홈런으로 침체됐던 박병호는 마지막 4차전에서 3안타를 터뜨리며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듯 했다.

1차전에서 1타수 무안타 3사4구를 기록한 박병호는 2차전에서 드디어 첫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16타수 2안타에 그쳤고, 장타는 2루타 1개 뿐이었다. 여러 찬스가 4번타자를 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팀 역시 2승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박병호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2년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2014년의 눈물을 삼킬 기회를 잡았다. 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차전까지 14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9회초 2사 2루에서 극적인 동점 투런을 터뜨리며 마침내 거포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더이상의 기회가 없었다. 연장에서 패하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기회마다 삼켰던 아쉬움. 그리고 큰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4번타자의 구겨진 자존심. 올해는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키움이 LG와 펼친 준플레이오프시리즈는 사실상 '박병호 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전의 '가을 박병호'는 없었다. 1차전부터 공수에서 틈 없는 활약을 펼쳤다. 1차전 9회말 승부를 끝내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2차전에서도 스코어 1-4에서 3-4를 만드는 투런포로 팀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팀은 졌지만 3차전 선제 적시타로 꾸준함을 보여준 박병호. 4차전에서도 1회초 첫 점수를 만드는 호쾌한 솔로 홈런으로 개인 기록까지 달성했다.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8개) 신기록과 최다 타점(15개) 타이 기록을 가져갔다.

홈런 뿐만 아니라 8회초에는 쐐기를 박는 적시타까지 추가했다. 4차전에서 3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볼넷으로 매 타석 활약한 박병호는 5회말 정주현의 직선타를 점프해서 잡아내는 '슈퍼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팀의 2실점을 막아냈다. 공수 100% 이상의 활약이었다. 기자단 투표 70표 중 66표 몰표로 시리즈 MVP는 당연히 박병호의 차지였다.

아직 박병호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상대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동점 홈런을 치고도 고배를 마셨던 SK다. 5년전보다 더욱 강해진 박병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