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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딛고 다시 뛰는 '161위' 네팔의 꿈

2015년 4월 25일 네팔을 강타한 7.8규모의 '대지진'은 네팔 축구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약 9000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으로 네팔 국립 경기장과 같은 축구시설이 무너졌다. 이에 앞선 2013년에는 리그 운영에 어려움을 느껴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015년에는 가네쉬 타파 네팔 축구협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10년 활동중단 징계를 받았다. 대부분이 자국 리그에서 활약 중인 네팔 대표급 선수들은 이런 여러 이유로 공식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네팔 내셔널 리그는 5년 공백 끝에 지난해 재개했지만, 시즌이 2~3개월이면 끝나 여러모로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1월 네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스웨덴 출신 요한 칼린 감독은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네팔 축구계엔 뼈아픈 시간이었다"면서 "우리 대표팀이 사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카트만두에 딱 한 곳 존재한다.(다샤라스) 그마저도 여자팀, 유스팀과 공동으로 사용한다. 학교 대항전 등도 이 경기장에서 개최한다. 그러다 보니 대표팀이 훈련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네팔 축구의 현실을 전했다. 네팔은 지난달 6일 쿠웨이트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B조 1차전에서 0대7로 참패했다.

FIFA 랭킹 161위(9월 기준)인 네팔은 그러나 나흘 뒤인 10일 대만 원정에서 2대0 깜짝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선보였다. 스페인 유학파인 21세 공격수 안잔 비스타가 멀티골로 칼린 감독에게 데뷔 승리를 선물했다. 이날 승리로 네팔 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가디언' 등 외신은 10일 캔버라에서 열릴 호주와의 월드컵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스웨덴 출신 감독과 161위 대표팀 선수들의 도전'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네팔보다 랭킹 117계단 높은 호주는 네팔이 꿈꿀 수 없는 축구 시설을 갖췄다'고 적었다.

호주전 6일 뒤 요르단 암만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칼린 감독은 "우린 언더독"이라면서 "호주 선수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 팔, 두 다리가 달린 건 똑같다. 현실을 깨달아야 하겠지만,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단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어리그, 독일, 셀틱과 같은 리그(팀)에서 뛰는 호주 선수들을 상대하는 건 네팔 선수들에게 위대한 경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네팔 어린이들은 다른 스포츠를 선택할 것"이라며 사명감을 안고 월드컵 예선 8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일에 벌어지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네팔 외에도 '자이언트 킬링'을 꿈꾸는 아시아 팀들이 많다. 이번대회 참가팀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스리랑카(202위)는 10일 경기도 화성에서 대한민국(37위)을 상대한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과 북한을 상대로 연패했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와의 평가전에서 0대6으로 패한 뒤 한국 원정길에 올랐다. 하지만 16년만에 월드컵 2차예선에 오른 스리랑카의 니잠 파키르 알리 감독은 "우리 팀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에 나도 놀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밖에 몽골(183위)은 일본(31위), 괌(195위)은 중국(68위) 원정을 떠난다. 방글라데시(187위)와 캄보디아(169위)는 각각 카타르(62위), 이란(23위)을 상대로 이변을 노린다. 40개팀이 참가하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 2차전에선 8개조 1위 8개팀과 각조 2위 중 상위 4개팀 등 총 12개팀이 3차예선에 진출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