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준PO핫포커스]기꺼이 믿어준 감독에 화답한 고우석, 152㎞ 직구로 끝냈다

[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두 번 죽이기 싫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9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고우석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2차전서 9회말 블론세이브를 범한 고우석을 박병호 타석에서 교체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당시 류 감독은 전날 1차전서 9회말 박병호에게 초구에 끝내기 홈런을 맞은 고우석의 부담을 고려해 4-4이던 9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송은범으로 바꿨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야구 선배로서 진한 아쉬움이 남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우석이가 실패를 두 차례 했는데, 우석이는 LG에서 10년 이상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고 그동안 많이 얘기했다. 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첫 째는 두 번 죽이고 싶은 마음이 싫어서 교체를 했다"며 "그런데 경기를 지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앞으로 우석이가 우리나라 최고의 마무리로 크려면 박병호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결을 시켰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우석이를 또 쓸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LG는 선발 케이시 켈리가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하자 7회부터 필승조를 계획대로 가동했다. 송은범과 진해수가 7~8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4-2로 앞선 9회초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고우석이 마운드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2점차로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지난 두 경기 실패를 감안하면 고우석이나 LG 벤치에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을 상대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고우석의 어깨를 두드려준 직후 이번에는 대타 송성문을 초구에 맞혀 사구로 내보냈다. 무사 1,2루에 몰려 지난 1,2차전의 악몽이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음 타자 이지영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린 고우석은 1사 2,3루서 대타 박동원을 상대로 이전과 달리 슬라이더 위주의 볼배합으로 허를 찌르려 했다. 1구부터 4구까지 슬라이더를 구사해 볼카운트 2B2S. 이어 5구째 154㎞짜리 직구는 파울이 됐다. 승부구로 던진 6구 137㎞ 슬라이더는 박동원의 방망이에 정확히 맞았지만, 중견수 정면이었다. 타구가 짧은 탓에 3루주자 김하성은 홈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고비를 넘긴 고우석은 9번 좌타자 김혜성을 초구 152㎞ 직구로 우익수 평범한 플라이로 잡아낸 뒤 포수 유강남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지난 2경기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의기소침해 있던 고우석에게 신뢰를 보낸 류 감독이 누구보다도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고우석은 경기 후 "내가 감독이라면 나를 오늘 9회에 안 냈을 것 같다. 냉정하게 봤을 때. 그래도 감독님은 끝까지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음을 전했다.

이날 고우석은 1,2차전과 달리 키움이 자랑하는 1~4번타자 서건창, 이정후, 제리 샌즈, 박병호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1이닝 무안타 무실점 세이브로 자신감을 되찾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LG는 10일 4차전 선발로 임찬규를 예고했다. 임찬규의 최대 이닝을 5이닝이라고 보면 4차전도 필승조를 총 동원해야 한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1~2점차의 박빙으로 흐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상황'에서 LG가 믿을 수 있는 마무리는 고우석 뿐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