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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컬러 KCC-삼성, '토종 vs 용병'에서 KCC 완승

[전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신토불이 농구가 이런 것.'

올시즌 완전히 달라진 기동력 농구를 선보이고 있는 전주 KCC가 '토종 파워'를 제대로 입증했다.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를 거둔 KCC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1라운드 3번째 경기에서 같은 1승1패였던 서울 삼성을 92대79로 완파하며 2승째를 챙겼다.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은 같은 듯 다른 색깔의 충돌이었다.

지난 주말 시즌 개막전에서 연장 혈투를 각각 치르며 체력 소진이 적잖았다. 무엇보다 큰 공통점은 스피드, 많은 활동량이 주요 팀 컬러라는 것.

그러면서 다른 점은 KCC는 토종, 삼성은 용병에 공격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 화이트보드에 '90.5/91.0, 80.5/80.5' 숫자를 적어놨다. KCC와 삼성의 지난 2경기 평균 득실점이었다.

이 기록만 놓고 보면 KCC는 창, 삼성은 방패였다. 전창진 KCC 감독은 "우리는 국내 선수, 삼성은 외국 선수의 득점 공헌도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다"며 "비슷한 색깔끼리 만났으니 끝까지 누가 버티느냐가 관건인 만큼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양 팀 모두 빨랐다. 가로채기와 속공이 경쟁하듯 쏟아졌다. 보는 입장에서 박진감은 넘쳤지만 서로 서두르다보니 그만큼 턴오버도 많았다. 1∼2쿼터 전반에만 KCC 7개, 삼성 5개에 달했다.

전 감독의 예상이 맞았다. 이날 승부는 '토종 vs 용병'에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 2쿼터 팽팽한 대결에서 두 팀의 희비가 갈린 것도 이 때문이다.

1쿼터 24-21로 삼성이 기선을 잡은 데에는 외국인 선수 닉 미네라스의 덕이 컸다. 미네라스는 혼자 3점슛 1개를 포함해 10점을 모았다. 여기에 이상민 감독이 "살아나면 좋겠다"고 기기대했던 임동섭이 9득점으로 뒷받침했다. 반면 KCC는 우려했던 대로 조이 도시가 7리바운드로 수비에서 탄탄했지만 4득점으로 공격에는 '구멍'이었다. 손쉬운 골밑슛을 놓치기 일쑤였고 공격 패스를 받으면 어이없이 날리기도 했다.

지난 2경기에서 놀라운 슈팅 감각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던 김국찬이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쓸어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랬던 흐름이 2쿼터 들어 KCC의 41-37 리드로 뒤집혔다. 토종의 힘을 살린 덕분이다. 윌리엄스를 투입한 KCC는 미네라스가 2쿼터에 5득점으로 주춤하는 사이 국내 선수들이 13점을 합작하며 맹추격했다. 반면 삼성은 외곽포에 의존하는 가운데 자유투마저 실패를 남발하며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반까지 기록을 보더라도 KCC가 자유투 성공률 75%(12개/16개), 3점슛 성공률 38%(3개/8개)였고 삼성은 자유투 성공률 40%(6개/15개), 3점슛 성공률 18%(3개/17개)이었으니 말 다했다.

탄탄한 토종의 힘을 앞세운 KCC가 고삐를 서서히 죄니 삼성은 좀처럼 반격의 틈을 찾지 못했다. 결국 KCC는 3쿼터에만 9점을 추가한 송교창(21득점 6리바운드)과 윌리엄스(24득점 9리바운드)가 제몫을 한 덕분에 69-53으로 멀리 달아나며 완승을 예고했다.

4쿼터 중반 잠깐의 위기가 있기는 했다. 델로이 제임스에게 연속 공격을 허용하며 73-68까지 몰렸다. 하지만 작전타임을 부른 전 감독이 전열을 가다듬는가 싶더니 베테랑 이정현(7득점 8어시스트)과 정창영(11득점 4어시스트) 등 토종들이 맹위를 떨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특히 이정현은 작전타임이 끝나자마자 76-68로 달아나는 3점포를 터뜨렸고, 종료 3분여 전에는 정창영이 연속 외곽포로 상대에 '확인사살'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전창진 감독은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 삼성의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에 이긴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한편 서울 SK는 창원 LG를 105대76으로 잡고 2연승을 달렸고, LG는 개막전 3연패에 빠졌다.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