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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백승호 '부담감 털고 독일에서 행복한 축구할래요'

[다름슈타트(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백승호(다름슈타트)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동안 어려움이 컸다. 이제 훌훌 털어냈다. 행복한 축구 선수를 꿈꾼다. 그를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만났다. 바로 전날 뉘른베르크와의 분데스리가2 5라운드에서 선발출전해 60분을 뛰었다. 독일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결심

8월 31일이었다. 백승호는 스페인을 떠났다. 독일로 향했다. 햇수로 10년째 되던 날이었다.

백승호는 2010년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그로부터 10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반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사실상 스페인은 제2의 고향이었다. 축구도, 생활도 스페인식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반반이었어요. 스페인으로 온 지 햇수로 딱 10년째였어요. 스페인 축구가 익숙했어요. 스페인으로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스페인에서는 힘든 일도 많았어요. 그리고 다른 축구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독일에서는 차범근 감독님을 비록해 (손)흥민이 형, 여기에 지금도 많은 형들이 있어서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도 좋고요. 그래서 옮겨보자고 결심했어요."

힘든 일. 그의 말대로였다. 백승호는 스페인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 바르셀로나 유스에 있으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로 2014년 1년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성장세에 있는 선수에게는 가혹했다. 2016년 1월. 바르셀로나 1군에 올랐다. 그러나 그마저도 출전이 들쑥날쑥했다. 에이전트와 구단과의 오해로 피해를 봤다. 2017년 여름 지로나로 이적했다. 그러나 팀 당 3장밖에 없는 비유럽 쿼터에 걸렸다. 여기에 지로나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원래는 백승호에게 비유럽쿼터 1장을 약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맨시티에서 브라질 출신 더글라스 루이스를 데려왔다. 백승호는 2군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로나는 2부로 강등됐다. 비유럽쿼터가 3장에서 2장으로 줄었다. 지로나는 온두라스 출신인 로사노의 이적을 놓고 시간만 끌었다. 백승호로서는 마냥 기다릴 수만 없었다. 이런 시기 다름슈타트에서 이적 제의가 왔다. 결국 이적을 선택했다.

"사실 지로나에 있으면서 면담을 많이 했어요. 할 때마다 다들 '잘하고 있다. 너를 쓸 것이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이런 일이 계속 됐어요. 저도 참기는 힘들었어요. 결국 결심을 했죠."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맞아요. 사실 제가 특출났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죠. 축구의 세계는 냉정하니까요. 제가 잘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요. 그래서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믿어주는 구단에 왔으니 보답해야 합니다. 꼭이요."

백승호는 말을 이었다. 사실 백승호의 축구 인생은 '부담감과의 싸움'이었다. 2010년 유소년으로서는 처음으로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에 입단했다. 그 때부터 대중의 기대가 엄청났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실망감도 있었다. 어린 백승호에게 큰 부담이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많았어요. 분명 바르셀로나는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있는 것이고, 성장하는 과정이거든요. 너무 큰 기대가 있었어요. 냉정하게 봐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관심없이 조용히 컸으면 축구만 생각했을 텐데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도 힘들었어요. 축구하는 것은 행복했는데 외적인 부분에서 힘들었어요."

▶독일

독일에 온지는 일주일 정도 됐다. 계약을 한 뒤 바로 대표팀으로 갔다. 11일 돌아왔다. 3일 정도 훈련을 하고 뉘렌베르크전에 나섰다. 낯설수도 있었다. 그러나 백승호는 독일 무대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요. 사람들 분위기도 그렇고요. 전체적으로 딱딱 맞아떨어지고요. 감독님도 너무 잘해주세요. 이적하기 전에 감독님과 만났는데 저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원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해주셨어요. 이적하자마자 너무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어제 선발도 아닐 수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뛸 수 있냐'고 물었고 '뛸 수 있다'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바로 뛰었죠.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거든요. 실제적으로 온 지 3일 밖에 안 된 선수를 중원에 세운다는 것이요. 그만큼 믿어주는 것이죠.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해요."

드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다름슈타트 감독은 백승호에게 어떤 역할을 원할까.

"항상 볼이 있는 쪽에 가서 분배해주라는 것이 감독님의 주문이에요. 볼을 빌드업해주는 것이죠. 어제는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는 선수가 퇴장으로 나올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수비적으로 섰죠. 상황에 따라 올라가기는 했지만요."

첫 경기는 칭찬 일색이었다. 백승호는 깔끔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패스 성공률은 93%에 달했다. 전진 패스를 연결해주며 빌드업의 중심이 됐다.

"감독님도, 선수들도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태극마크

대표팀 이야기를 꺼냈다. 올 3월 A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당시 A매치 데뷔는 무산됐다. 6월 이란과의 친성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탈압박과 개인기, 전진 패스를 선보였다. 후반 32분 교체됐다. 찬사가 이어졌다.

9월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는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악재가 겹쳤다. 당시 선발 출전한 선수들은 발을 맞춰본 일이 적었다. 스리백 전술도 낯설었다. 백승호는 고전했다. 후반전에 교체아웃됐다. 그리고 10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승리해서 기쁘지만 한 편으로는 뛰지 못해 아쉬워요. 선수라면 당연한 것이죠. 정말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소중해요. 그래서 경기 뛰었을 때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해요.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어요. 좀 더 간결하게, 좀 더 뛰려고 노력할 겁니다."

백승호에게 꿈을 물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백승호는 이제 5년차인 22세 프로 선수일 뿐이다. 앞으로도 나아갈 시간이 더 많다. 백승호의 답은 간단했다.

"사실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스타일이에요. 최대한 경기를 많이 뛰고 어제보다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최대한 선발로 뛰어서 좋은 모습, 목표. 꾸준히 많이 뛰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요.여기에 하나 더 있다면 다름슈타트가 승격하는 것이 있겠네요. 대표팀이요? 물론 월드컵에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러면 또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거에요.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멀리 보기는 하되 일단은 바로 앞에 있는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최고의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