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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테마기획]린드블럼 vs 양현종, KBO에 사이영상이 있다면 과연?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5일(한국시각) LA다저스 류현진(32)과 눈부신 선발 맞대결을 펼친 뉴욕 메츠 우완 제이콥 디그롬(31).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다.

디그롬은 사이영상 투표에 있어 승리나 승률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인물이다. 지난해 그가 올린 승수는 10승. 패전도 9차례나 된다. 5할을 간신히 넘는 승률. 하지만 그 밖의 지표는 실로 놀라웠다. 우선 평균자책점이 1.70이었다. 32경기 217이닝으로 경기당 7이닝에 육박한다. 탈삼진은 무려 269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압도적 최고였다. 단 10승 투수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된 배경이다.

투수의 분업이 세분화 되고 있는 현대 야구에서 승리는 투수의 능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팀 불펜의 능력, 수비의 능력, 타선의 능력 등 승수를 만드는 외부 요소가 많다. 그만큼 투수의 온전한 능력치를 볼 수 있도록 평가 지표도 갈수록 세분화 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KBO리그에 사이영상이 있다면 과연 누구의 몫이 될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인물, 단연 20승 투수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이다. 린드블럼은 KBO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기록상으로도 흠잡을 데 없이 압도적이다. 16일 기준 린드블럼은 다승(20승3패), 평균자책점(2.36), 승률(0.870), 탈삼진(176개)등 전반적 수치 부문에서 선두권에 있다. 공인구 변화로 인한 투고타저의 올시즌, 현 시점에서 MVP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이 같은 린드블럼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투수가 딱 한명 있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다. 28경기에서 179⅔이닝을 소화하며 2완봉승 포함, 16승8패, 평균자책점 2.25. 162안타 볼넷 33개. 탈삼진 160개. 피홈런 5개. WHIP 1.09, 퀄리티 스타트 22차례, 피안타율은 2할4푼4리다. 린드블럼이 16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점이 2.36으로 치솟았고, 양현종이 처음으로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속팀의 지원 등 환경조건을 배제한 순수한 '투구의 퀄리티'다. 순수 능력치로 볼 때 양현종은 결코 린드블럼에 뒤지지 않는다. 갈수록 중요시 되는 평가지표인 WAR에서 양현종은 7.40으로 1위다. 린드블럼이 7.18로 뒤를 쫓고 있다.

승리에 기여하는 팀의 지원에 있어서 양현종은 린드블럼에 비해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불펜의 능력, 수비의 능력, 타선의 능력에 있어 KIA가 두산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과장해 말하면 '소년 가장'이었다.

실제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도 양현종이 2.61로 1위다. 린드블럼은 2.94로 SK와이번스 산체스(2.73)에 이어 3위다. 그만큼 린드블럼은 소속팀 두산의 강력한 수비지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타선 지원에 있어서도 린드블럼이 압도적이었다. 린드블럼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득점지원 1위(5.33점)이다. 반면, 양현종은 3.93점에 그치고 있다.

양현종의 3,4월 부진이 두고두고 아쉽다. 자녀의 건강문제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던 양현종은 3,4월 6경기에서 무승5패, 평균자책점 8.01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 이후 언터처블로 반등했다. 5월 이후 22경기에서 16승3패, 평균자책점 1.08로 극강의 활약을 펼쳤다. 이 시기 린드블럼에게는 없는 완봉승도 2차례나 된다. 5월 이후 린드블럼의 성적은 21경기 15승3패였다.

이미 지나간 일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직 최고로 평가 받을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1~2경기 등판 기회에서 양현종이 승리를 추가하고, 근소하게 뒤지던 평균자책점 순위를 뒤집은 만큼 향후 등판 결과에 따라 올 시즌 최고 투수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