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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BTS 드라마+카카오의 반격…플랫폼 전쟁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연예계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플랫폼 변화가 감지된 것은 방송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모바일 플랫폼에 밀려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이 대두됐고, 반짝했던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도 주춤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월화극 블록을 삭제 혹은 변경했다. 그러고도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방송사별 주중 인기드라마 시청률은 올 상반기 10% 미만(KBS2 6.9%, MBC 4.7%, SBS 5.3%)에 머물렀다.

시청률이 이렇다 보니 광고 매출도 크게 하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 3754억원에서 지난해 1조 3007억원으로 떨어졌다. 8년 사이 1조 747억원이나 광고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임직원 1700명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매출이 비슷해졌으니 경영위기가 아니라 생존위기"라는 MBC 노동조합의 성명이 나왔을 정도다.

tvN은 '호텔 델루나' '백일의 낭군님' 등의 히트작을 내놓기도 했지만, '미스터선샤인' '아스날 연대기' 등 스케일 큰 드라마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 JTBC 등 종편 채널 또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이 모바일 플랫폼의 위상은 높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보람튜브'다. 보람이와 놀아주려고 엄마와 함께 시작한 보람튜브 브이로그 채널 구독자 수는 1700만명을 넘었고 토이리뷰 채널도 1500만명을 넘었다. 영상 한편당 평균 조회수는 무려 2900만회에 달한다. 누적조회수 기반으로 광고비를 지급하는 유튜브 정책에 따라 여섯 살 꼬마 보람이는 월 광고수익 37억원을 올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도 성장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킹덤' '기묘한 이야기' 등 막강한 자체콘텐츠가 있고, '배가본드' '지정생존자' '보좌관' 등 드라마 방영권까지 쥐고 있는 만큼 여전히 무시 못할 존재감을 뽐낸다.

그런 사이 카카오의 반격까지 시작됐다.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카카오M을 설립,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CJ E&M 대표였던 김성수 대표를 영입한 이후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종합 콘텐츠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공세를 퍼붓고 있다.

카카오M은 2013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그리고 올해만 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 어썸이엔티 등 배우 및 모델 기획사를 줄줄이 인수했다.

카카오M이 이처럼 대규모 배우군단을 확보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카카오M은 이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다음웹툰, 웹소설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또 2017년 스튜디오드래곤과의 합작형태로 메가몬스터를 설립, 제작역량도 갖췄다. 여기에 배우들까지 대거 확보하며 올인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사내독립기업 다음웹툰컴퍼니 작품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을 올 하반기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시작으로 '어쩌다 발견한 7월' '이태원 클라쓰' '해치치않아' 등이 차례로 드라마 혹은 영화로 선보인다. 또 지난 6월에는 KBS, 다음웹툰컴퍼니, 메가몬스터가 주체가 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음 웹툰을 기반으로 메가몬스터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2020년부터 매년 1편씩 3년간 KBS에서 방송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방송사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공룡'의 탄생이 눈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이에 지상파도 반격에 나섰다. 지상파 3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푹(pooq)'을 SK텔레콤 OTT '옥수수'와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전략은 주효했다. 11일 리서치 전문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푹의 월 이용자수는 115만 9307명으로, 지난해 12월(79만 3278명)에 비해 46.1%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월 이용자 수 128만여명인 아프리카TV나 150만여명인 KT 올레tv모바일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런 플랫폼 변화는 가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약진이다. 빅히트는 플랫폼과 IP로 승부수를 던졌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초대형 브랜드를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소통과 소비를 중점에 둔 진화형 플랫폼을 만들어 팬덤을 확대 강화한 것이다. 빅히트의 계산은 정확했다. 빅히트는 올 상반기 2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지난해 641억원의 2/3수준에 달한다. '가요계 빅3'라 꼽히는 SM(매출 2904억원, 영업이익 67억원), JYP(매출 655억원 영업이익 152억원), YG(매출 1428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수치의 2배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한다. 빅히트는 국내 유명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와 손잡고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 기반한 드라마를 제작한다. 일곱 소년이 처음 만났던 그 시절 이야기를 조명할 계획이며, 현재 주연 배우를 캐스팅 중이다. 작품은 2020년 론칭할 예정이다. 아직 방영 플랫폼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역대 한국가수 가운데 1020세대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인 만큼, OTT 업체를 통한 론칭이 유력해보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 플랫폼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대별로 음악을 듣는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AI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대거 도입하며 소비자 마음잡기에 돌입했다. 기획사들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신인 가수를 선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의 다양화는 메이저 가수들도 피해갈 수 없다. 윤종신 김현철 등 원조들도 최근 유튜브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아이돌 기획사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아이돌의 신비주의를 위해 유튜브 등의 노출을 지양했지만, 방탄소년단이 유튜브와 SNS를 통한 소통으로 지금의 글로벌 아미 군단을 거느리게 된 것을 보며 개인 유튜브 방송이나 콘텐츠 제작에 관대해졌다.

이처럼 성역 없는 플랫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적자생존 서바이벌 격전 속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플랫폼 전쟁 승자는 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