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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분석]'황금 몸값' 김현수와 양의지가 보여준 '2사 후 집중력'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상대가 있는 야구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팀의 플러스는 상대팀의 마이너스다. '점수를 내야할 때 못 내면 진다'는 속설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줄 수 밖에 없는 점수'를 막아낸 상대팀은 제로가 아니라 플러스다. 실제로 그렇고 기분도 그렇다. 그만큼 '흐름'이 중요하다.

최근 3연승 중인 4,5위 팀,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가 22일 잠실벌에서 만났다. 경기 흐름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시즌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맞대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

초반 흐름이 팽팽했다. 양 팀 모두 1,2회를 조용하게 흘려보냈다.

승부의 흐름은 3회 들어 요동쳤다. 3회초 NC가 먼저 빅찬스를 잡았다. 볼넷 2개, 안타 1개를 묶어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박민우가 임찬규의 커브 유인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위기를 넘긴 LG타선이 찬스를 잡았다. 선두 유강남의 사구에 이어 정주현의 번트 타구 때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의 포구 실책과 이천웅의 유격수 쪽 느린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 2회까지 무안타로 호투중이었던 NC 선발 구창모로서는 석연치 않게 맞이한 큰 위기 상황. 하지만 구창모는 차분하게 오지환, 이형종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 탈출의 희망을 안겼다. 2사 만루. 하지만 위기 탈출 문턱에서 마지막 산을 넘지 못했다. 김현수였다. 전날 경기까지 최근 5경기 타율 0.158로 부진했던 김현수는 왜 자신이 LG의 4번타자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볼카운트 2-1에서 구창모의 바깥쪽 꽉 찬 슬라이더를 당겨 우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NC 우익수 스몰린스키가 만루에서 위험천만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해가며 승부를 걸어봤지만 글러브가 닿지 않았다. 천금 같은 2타점 선제 적시타. 무사 만루 무실점 극복까지 2부 능선을 넘었던 구창모로선 아쉬웠던 상황. 김현수는 자신 마저 범타로 물러나면 초반 경기 흐름을 NC에 확실하게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고 초 집중 모드로 적시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흐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NC는 5회초 2사 후 김태진 이명기의 연속 안타로 1,2루 찬스를 잡았다. 박민우는 임찬규에게 두번 당하지 않았다. 3회 만루 찬스에서 커브에 삼진을 당했던 박민우는 임찬규의 커브를 당겨 우중월 적시 3루타를 날렸다. 2-2 동점.

진짜 승부는 직후였다. 아쉬움 가득한 임찬규에게 곧바로 승부사 양의지가 초구 체인지업을 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상황을 감안한 베테랑 타자의 놀라운 집중력이 만들어낸 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양의지는 경기 후 "초구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는데 체인지업이 들어와 (배트가) 나가다 맞은게 넘어갔다"며 웃었다. 복귀 후 펄펄 날고 있는 타격감에 대해 그는 "사실 공백이 길어 타격감이 떨어질 거라 걱정한데다 8월에 원래 좋지 않은데 부상 기간 동안 경기를 꾸준히 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경기는 NC가 5대2로 승리하며 지난 17일 창원 SK전 이후 4연승을 달렸다.

승패를 떠나 김현수와 양의지가 보여준 승부처에서의 놀라운 '2사 후 집중력'. 왜 이 두명의 빅네임이 가치있는 선수인지, 왜 몸값이 비싼 선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