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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또 꼴찌' 롯데, 부진한 고참들 '책임-희생' 보여줄까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탈꼴찌의 기쁨은 보름 만에 산산조각 났다.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꼴찌로 주저앉았다. 후반기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 속에서 승수를 쌓아가며 이달 초 꼴찌 탈출에 성공했지만, 추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와중에 공 감독 대행이 중용 방침을 밝힌 베테랑들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4번 타자 이대호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후반기 19경기 타율이 고작 2할2푼5리(71타수 16안타)다. 득점권 타율은 2할1푼7리(23타수 5안타). 이 기간 홈런 3개를 쏘아 올렸지만, 득점권 아치는 없었다. 후반기부터 주장직을 맡은 민병헌 역시 부진하긴 마찬가지. 민병헌의 후반기 타율은 2할1푼9리(64타수 14안타), 득점권 타율은 0(13타수 무안타)이다. 후반기 초반 맹타를 휘둘렀던 채태인도 최근 10경기 타율은 2할4푼1리(29타수 7안타)에 그치고 있다. 외야수 손아섭은 17일 허리 통증으로 1군 말소됐다.

부진 원인은 제각각이다. 이대호는 '에이징커브'의 하향곡선이 가파르다는 의견. 타구의 질 뿐만 아니라 스윙 반응 하락세가 전반기보다 더 심해졌다는 평가다. 민병헌은 전반기 캡틴이었던 손아섭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장직이 되려 개인 활약에 대한 압박감을 높여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시각. 후반기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던 채태인은 상대 투수들의 분석이 강화되면서 타격 기복이 더 두드러지고 있논 모양새다. 모두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은 아니다.

공 감독 대행의 베테랑 중용 방침은 반등과 맞닿아 있었다. 기회를 원한 베테랑들을 전면에 내세워 팀 분위기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까지 다져 반등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본기-손아섭 등 부상자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진한 베테랑 기용을 마냥 고집할 순 없는 노릇. 공 감독 대행 뿐만 아니라 롯데 코치진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선수들 스스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베테랑 선수 스스로 휴식 내지 재정비를 요청하는 것도 개인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 전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코치진에겐 운영 부담을 덜 수 있고, 동료-후배들에겐 경각심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 예전엔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베테랑 선수 대부분이 '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책을 찾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베테랑의 특단' 이후에도 '공백 메우기'라는 고민은 남는다. 지금의 롯데에겐 잃을게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 가을야구행이 사실상 좌절된 분위기 속에 새 가능성 찾기가 화두가 된 상황. 일련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미래 자원 활용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베테랑들이 부진을 떨치고 돌아와 이들과 시너지를 낸다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단기간의 활약 만으로 베테랑의 가치를 폄훼할 순 없다. 하지만 베테랑 스스로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 가치는 더 빛난다. 지금의 롯데에겐 '나'가 아닌 '우리'를 떠올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